[단독]'감염병 유입' 급증에도…韓, WHO 파견 역학조사관 단 2명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이창섭 기자, 안정준 기자 2022.05.3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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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입 감시 조사관 '서태평양사무소'에만 보내
중동·아프리카 등 다른지역 발생 빠른 대응 어려워
국내 컨트롤타워도 모호…尹정부 '과학방역' 숙제

[단독]'감염병 유입' 급증에도…韓, WHO 파견 역학조사관 단 2명


주요 감염병은 해외에서 유입되지만 감염병 감시와 대비를 위해 정부가 WHO(세계보건기구)에 파견한 역학조사관은 서태평양지역 2명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처별로 쪼개진 연구조직을 통합해 감염병 감시에 나설 뚜렷한 '컨트롤타워'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인수공통감염병 유입 충격을 겪으며 매번 사전 감시 체계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또 다른 감염병 위기가 도래하면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유입 후에야 대응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에 머물 수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이 같은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과학방역'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3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이 WHO에 파견한 역학조사관은 현재 서태평양지역 사무소 2명이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등 서태평양지역 사무소가 담당하는 37개 국가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이상 징후를 포착한다.

문제는 감염병이 서태평양 지역에서만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5년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는 중동에서 발원했고, 최근 전 세계에서 확산하는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에서 발원해 유럽을 시작으로 퍼졌다. 아기의 소두증(이상하게 작은 머리)과 뇌조직 손상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는 남미에서 시작됐다.



이들 감염병 감시와 지역 보건을 위해 WHO는 서태평양을 포함,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유럽, 동부지중해, 미국 등 6곳에 사무소를 운영하는데 정부는 이중 서태평양 한 곳에만 역학조사관을 파견한 셈이다. 그나마 상시 파견 체제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서태평양 지역에 공식 파견이 있을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주요 감염병 발생 우려 지역에는 전문가가 나가 있어야 빠른 감염병 발생 인식과 이를 통한 빠른 대응이 가능한데, 그런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감염병을 감시하고 연구해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도 모호한 상태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감염병을 감시하고 연구해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도 모호한 상태다. 현재 감염병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사람, 야생동물, 해양 등 바이러스 종류와 바이러스 연구·개발 및 임상시험 단계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무부처 산하에 따로 떨어져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람으로 넘어올 위험이 큰)조류독감이 돌면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질병청이 따로 대응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중장기 감염병 대응 연구기반 마련을 위한 연구소가 마련됐지만 이 역시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바이러스 기초연구소로 나눠져 있다. 감염병 대부분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건너오는 인수공통감염병이어서 통합 감시 체계가 필요하지만 연구는 따로하는 셈이다.


전문가의 주요 감염병 우려지역 파견과 부처별 통합 감시시스템 확보는 감염병 유행 때 마다 지적된 문제였다. 코로나19가 국내 유입된 2020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는 이 같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해외 감염병 사전 예측 역량 강화를 위한 독자적 관찰 시스템 구축 필요△관계기관 감시 시스템 연계 구축에 국한된 협력체계의 범부처 협업 전환 등이 골자였다.

방역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인수공통감염병 범부처 대응 R&D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차원의 관련부처 연계 통합 감시시스템 및 시스템 개발연구가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검사·추적·치료 등의 '3T(Test·Trace·Treatment)'에 앞서 감시 시스템을 통한 조기 대응이 '과학방역'의 시작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제일 나쁜 게 이미 확산이 된 다음 뒤늦게 방역에 나서는 것"이라며 "조기 발견하고 조기 대응해서 국내 유입을 막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WHO와 미국과 유럽의 방역당국 등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지 사정을 알아야 거기에 맞는 정책을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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