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채꽃밭 한가운데 우뚝 선 8개의 탑...체코 원전 가보니

머니투데이 두코바니(체코)=김훈남 기자, 세종=민동훈 기자 2022.05.3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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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원전 부활의 시험대' 체코를 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체코 두코바니 원전. 밀밭과 유채꽃밭을 지나 원전임을 알 수 있는 냉각탑이 보인다. /항공촬영=김성운 MTN PD하늘에서 내려다 본 체코 두코바니 원전. 밀밭과 유채꽃밭을 지나 원전임을 알 수 있는 냉각탑이 보인다. /항공촬영=김성운 MTN PD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남동쪽을 향해 차로 2시간여를 달리면 두코바니에 도착한다. 한 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넓디 넓은 푸른 밀밭과 노란 유채꽃밭 뒤편으로 두코바니 원전의 냉각탑 8개가 위용을 자랑한다. 냉각탑 위로 뿜어져 나오는 흰색 수증기가 원전이 한창 가동 중임을 알리고 있다. 녹음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새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업계와 지역 주민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85년 지어진 두코바니 원전은 126만㎡(제곱미터) 규모로 발전소 둘레만 6㎞에 달한다. 현재 500㎿급 원자로 4기가 가동 중인 두코바니 원전은 체코 전체 전력의 20% 가량을 생산한다. 테믈린 지역에 위치한 원전 2기를 더하면 체코 전체 전력 생산량의 절반 남짓을 원자력 발전이 책임지는 셈이다.



체코 정부는 올 3월 두코바니 원전 부지에 최대 1200㎿급 가압경수로(원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고 감속재와 냉각재로 물을 사용해 발전하는 방식) 1기를 건설하는 공사를 발주했다. 2045~2047년까지 운전 예정인 구형 원자로를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공사금액이 우리 돈 8조원 규모에 달한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발주한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포함해 최대 4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녹색과 노란색 풍광을 지나쳐 두코바니 원전에 도착하면 높다란 콘크리트벽 하나 없는 원전 모습이 드러난다. 원자로 등 주요 시설에는 철책 등으로 물리적 경계를 세워뒀지만 이마저도 보는 이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전 설비를 확인할 수 있는 게 두코바니 원전의 특징이다. 원전에 대한 높은 개방성은 국민 65%가 원전 가동에 찬성할 정도의 '친원전' 국가 체코를 만든 비결 중 하나다.



두코바니 원전을 운영하는 체코전력공사(CEZ)는 2008년 발전소 입구에 홍보관을 지었다. 매년 4만5000명가량이 찾는 이 홍보관에는 취재진이 도착한 지난달 17일에도 현지 학생들이 방문해 원자력 발전 원리와 운영 상황, 사용 후 핵연료 처리 과정 등 안전 설비 등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리 베즈덱(Jiri Bezdek) 체코전력공사 언론담당이 17일 한국 취재진에게 두코바니 원전 개요와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벽에 위치한 두코바니 원전 조감도에는 신규 원전인 두코바니 5호기의 위치(오른쪽 위)와 모형이 그려져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이리 베즈덱(Jiri Bezdek) 체코전력공사 언론담당이 17일 한국 취재진에게 두코바니 원전 개요와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벽에 위치한 두코바니 원전 조감도에는 신규 원전인 두코바니 5호기의 위치(오른쪽 위)와 모형이 그려져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안내 데스크를 지나 홍보관 안쪽으로 들어서면 두코바니 원전 전체를 촬영한 조감도가 벽에 설치돼 있다. 조감도엔 아직 지어지지 않은 두코바니 5호기까지 담겨 있었다. 단순히 예정지만 표시한 것이 아니라 새로 지어질 원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렸다. 원전 1기당 냉각탑 2개씩을 지은 구형 원자로와 달리 신규 원전은 큰 냉각탑 한 개로 지어진다.

이리 베즈덱(Jiri Bezdek) 체코전력공사 언론담당은 "두코바니 원전은 1985년 가동 이후 35년 넘게 무사고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며 "신규 원전인 5호기는 구형 원자로를 대체하고 체코 전력 생산량의 10% 가량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즈덱 담당은 "체코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원전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두코바니 주민안보위원회는 매일 원전 운영계획을 보고받고 필요하면 언제든 원전에 들어와 운영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그는 또 "두코바니 원전 지역은 방사선 수치가 시내보다 낮다"며 "원전 주변에 녹지가 있고 희귀 동물, 새가 돌아오는 점은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두코바니 원전은 현재 인근 지역 주민 2000여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데, 신규 원전 건설이 시작되면 일자리가 최대 6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공사가 마무리되면 원전 가동과 유지·보수를 위한 추가 고용을 기대한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리 베즈덱(Jiri Bezdek) 체코전력공사 언론담당이 한국 취재진에게 신규 원전 건설 예정 부지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이리 베즈덱(Jiri Bezdek) 체코전력공사 언론담당이 한국 취재진에게 신규 원전 건설 예정 부지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체코 상원의원 출신인 비체슬라프 요나쉬(Vitezslav Jonas) 두코바니 지역협의회 의장은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해 일자리나 세수 등이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며 "구형과 신형 원전을 모두 가동할 경우 원전 건설 이후에도 전문직 고용이 지금보다 1000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은 현재 한국과 미국, 프랑스의 3파전으로 진행 중이다. 입찰 초기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5개 국가 원전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체코 정부는 안보·정치적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했다. 체코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입찰 서류를 접수하고 2023년 심사를 거쳐 2024년 최종 입찰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래로 꾸준히 소통하며 최적화된 사업제안을 준비해 왔다"며 "신규 원전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까지 우리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코바니 원전 전경. 냉각탑과 송전설비 등 원전 발전소 설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두코바니 원전 전경. 냉각탑과 송전설비 등 원전 발전소 설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체코 원전 차관 "한수원, 잠재력 있는 파트너...현지화 중요"

토마쉬 에흘레르(Tomas Ehler) 체코 산업통산부 원자력에너지 담당 차관(왼쪽)이 지난 16일 체코 프라하 청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체코 원전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토마쉬 에흘레르(Tomas Ehler) 체코 산업통산부 원자력에너지 담당 차관(왼쪽)이 지난 16일 체코 프라하 청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체코 원전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토마쉬 에흘레르(Tomas Ehler) 체코 산업통산부 원자력에너지 담당 차관은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3개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과 관련, 기술 이전 등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체코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입찰 서류를 접수해 2024년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체코 정부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 달성을 위해 최대 4기까지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현재 40%수준인 원전 발전 비중을 최대 56%까지 늘릴 계획이다.

에흘레르 차관은 지난 16일 체코 프라하 산업부 청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두코바니 신규 원전 프로젝트 등 체코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과 탈탄소·에너지 자립 달성을 위한 원전의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에흘레르 차관은 지난해 체코 산업부에 신설된 원자력에너지 담당 차관에 임명돼 원전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과거 특임대사였던 원전 정책 책임자의 직급을 차관으로 격상하고 2050년 탄소중립 대응과 석탄에너지 감축, 에너지 자립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에흘레르 차관은 인터뷰에 앞서 두코바니 원전 현황을 담은 입간판을 손수 들고 회의실에 들어섰다. 그는 "체코의 자연환경 특성상 신재생에너지원이 부족하다"며 "그동안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었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화석발전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내륙지역에 위치한 체코는 해상 풍력 활용에 어려움이 있고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좌우되는 태양광 발전으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것. 결국 원전 비중을 키워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에흘레르 차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안정적이면서 자립가능한 에너지원 필요성이 부각됐다"며 "원전은 날씨에 의존하지 않고 탄소중립에 필요한 탄소 배출없는 에너지원으로 2040년까지 발전 비중을 48~56%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원전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체코 인력 육성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 아래 체코 정부는 올해 3월 두코바니 원전 부지에 최대 1200㎿급 신규 원전 1기를 짓는 건설공사를 발주했다. 에흘레르 차관은 "2024년 업체를 선정하고 2029년 공사에 착공해 2046년 신규 원전을 운영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체코 정부는 이미 발주한 두코바니 신규 원전 1기 외에도 최대 3기까지 원전 추가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안보·정치적 이유로 신규 원전 입찰에서 중국과 러시아 업체를 제외하면서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은 우리나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3파전으로 진행 중이다.

신규 원전 수주의 향방은 경제성과 안정성, 현지화에서 갈린다는 게 차관의 설명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국제원자력기구의 기준에 따라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입찰 업체를 평가할 것"이라며 "예산과 공사기간 준수 가능성, 현지화 등 세가지 사항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에흘레르 차관은 기본적인 입찰 조건인 예산·공사기간 준수 외에도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전 건설 이후 운영이나 정비 같은 사후 관리 등은 체코 국내의 기술과 인력으로 직접 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에흘레르 차관은 "체코 산업부는 장기적인 산업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공장설립이나 산학협력 등) 어떤 형태로든 현지화 협력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에 대해서는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프로젝트 등의 수주 기록을 알고 있고, 잠재력이 있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며 "체코 산학협력과 원전 지역 주민 소통 등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르포] "尹정부의 '원전 부활' 선언, 체코에도 큰 메시지"

알레쉬 도쿠릴(Ales Dokulil) 누비아 이사가 17일 자사의 원자력 계측기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알레쉬 도쿠릴(Ales Dokulil) 누비아 이사가 17일 자사의 원자력 계측기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한국 정부의 원전 생태계 부활 선언은 우리에게도 큰 메시지다."

체코 트르제비치에서 만난 원전 방사능 계측기 제조기업 '누비아'의 알레쉬 도쿠릴(Ales Dokulil) 이사는 윤석열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선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전을 만들고 수출도 하는데 자기 집에는 짓지 않는다?"라고 반문하며 전 정부 탈원전 정책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수십년 유지 보수 필요한 원전, 생태계 무너지는 나라에 맡긴다고?
체코 두코바니 지역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 비체슬라프 요나쉬(Vitezslav Jonas) 두코바니 지역협의회 의장은 한국 새 정부의 원전 산업 생태계 강화 방침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전 수주를 하는데 긍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요나쉬 의장은 "정부의 지지 없이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며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원전 수주엔 장애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두산이 체코의 발전용 터빈 기업 스코다파워를 인수해 설립한 두산스코다파워의 강석주 법인장 역시 "이전에는 '한국에서의 (원전 분야) 국내 정책과 해외 정책이 다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체코 현지의 원전 산업 관계자들이 한국 정부의 원전정책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입찰 가격과 시공능력 등으로만 판가름나지 않는 원전 수주전의 특성 탓이다. 한 번 지어두면 수십 년 동안 유지 보수를 해야 하는 원전의 특성상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나라에 원전 건설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놓고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EDF), 한국의 한수원 등 3곳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입찰이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는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정부가 최대주주인 EDF와의 경쟁임을 고려하면 한수원과 한국 정부의 입장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유럽연합)의 논의를 주도한다는 점을 앞세워 체코 정부에 정치적 로비가 가능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24년 최종입찰대상 선정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비체슬라프 요나쉬(Vitezslav Jonas) 두코바니 지역협의회 의장이 17일 자택에서 진행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비체슬라프 요나쉬(Vitezslav Jonas) 두코바니 지역협의회 의장이 17일 자택에서 진행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나토·EU 등에 업은 미국·프랑스...한국 정부는?
정치적·외교적으로 고공지원을 받는 미국과 프랑스를 상대하는 한수원은 두코바니 지역 주민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원전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연 설명회(라운드테이블)에서 유일하게 한수원만 지역주민과의 협력 사업을 제안한 게 대표적인 예다. 2018년부터는 체코 현지 아이스하키팀 HST에 대한 후원도 이어오고 있다. 체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지원을 통해 한수원 브랜드를 알리고 친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두코바니 원전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HST팀 매니저 다니엘 슐라팍(Daniel Slapak)은 "지난해 원전 산업과 관련한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는데 미국 업체는 참가하지 않았다"며 "프랑스 업체는 참가했지만 현지 업체, 주민과의 협력 방향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수원은 이 지역 주민들과 활발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며 "원전 공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서 안전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의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도 체코 원전업계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원전 건설 사업은 기술적·정책적 이유로 공사 지연이 빈번한데,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공사 기한을 준수한 사업으로 유명하다.

알레쉬 도쿠릴 이사는 "정부의 지지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바라카 프로젝트는 정해진 기간과 예산에 맞춰 마무리 됐다"며 "한수원은 바라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원전 수출능력을 분명히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수주 가시권에 있는 이집트 원전사업과 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 역시 한수원이 내세울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한국은 지난 50여년간 국내·외 원전건설을 통해 세계 최고의 가격경쟁력과 사업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UAE 사업으로 정해진 예산과 공기 내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역량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고 밝혔다.




"최강 플레이어 조합"...한미 원전동맹, 940조 시장 정조준

(평택=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기도 평택 오산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Korean Air And Space Operations Center)를 방문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2/뉴스1  (평택=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기도 평택 오산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Korean Air And Space Operations Center)를 방문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2/뉴스1
한국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세계 최고 원자력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과 '원전 동맹'을 맺었다. UEA(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과 성공적인 운영으로 이미 한국 원전 산업의 세계적인 시공 및 운영 능력을 확인한 만큼 이번 한미 원전동맹을 통해 2030년 94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신규 원전건설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미국 주도의 제3국 SMR 역량강화 프로그램(FIRST) 참여 △한미 원전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시장진출 등 협력 강화 △제3국 원전시장 진출 방안 구체화 △조속한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 개최 등에 합의했다.

2030년까지 10기 이상의 해외 원전 수주를 목표로 내건 윤석열정부는 미국과의 원전동맹을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원전 세일즈를 펼칠 수 있게 됐다. 국가 안보차원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한국과의 원전 협력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잠식된 세계 원전시장의 회복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발간한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원전 건설 시장규모는 2030년 최대 9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원전은 101기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25%에 달한다.

원전업계에선 양국의 협력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컴퍼니(WEC) 등 굴지의 원전 기업을 보유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93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다. 한국의 경우 원천기술 문제로 UAE 이후 추가적인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를 재개키로 양국이 합의하면서 해법을 찾았다.

한미 원전동맹의 첫 번째 시장 진출은 내년 입찰 예정인 폴란드 원전 발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프로젝트의 공동 참여 가능성도 높다. 과거 한국과 미국 모두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IAEA(국제원자력기구) 추가의정서 가입 문제로 중단됐었는데, 한미 공조를 통해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체코의 경우 한미 양국중 한 곳이 수주에 성공할 경우 추가적인 협력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원전업계의 관측이다.

SMR 등 차세대 원전기술 확보에 있어서도 한미 양국의 협력은 시너기가 기대된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미국·러시아·중국 등 전 세계에서 71종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인데, 이 분야 시장 규모는 2035년 최대 600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기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출력은 300MW(메가와트) 안팎으로 기존 원전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안정성이 높고 그린수소(청정수소)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UAE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한 한국 원전산업의 경쟁력과 세계 최고수준의 미국 원자력 원천기술이 결합한다면 세계원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며 "한미 원전동맹은 황폐화된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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