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00조' 초대형 투자 예고한 재계…키워드는 '국내·미래'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2.05.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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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


1000조원을 훌쩍 넘기는 재계의 초대형 투자계획은 '국내(역내)와 미래신사업'으로 요약된다. 생산기지와 판매기지는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가겠지만 원천기술에 대한 R&D(연구개발)나 전략적 핵심소재 등에 대한 투자는 국내 집중한다.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과 에너지안보 등에 발맞춘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은 총 45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인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SK그룹도 247조원 중 179조원을 국내에 집중 투자한다. 주요 시장이 거의 해외에 형성돼 있는 현대차그룹도 63조원 중 38조원을 국내에서 집행한다.



LG그룹은 아예 이번에 발표한 106조원 투자계획을 전액 국내로 배정했다. 포스코그룹도 53조원 중 33조원을 국내 투자키로 했고, 한화그룹도 37조6000억원 중 20조원이 국내 투자다. GS그룹도 총 21조원 중 거의 대부분이 국내다.

역내 집중 전략은 일견 시장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 반도체든 배터리든 자동차든 정유제품이든 주요 시장은 해외다. 현지서 생산해야 시장에 공급하는 운송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거의 대부분 원자재는 해외서 수입한다. 현지에 투자해야 원자재를 도입하는 과정이 수월해진다. 경제든 외교든 기본은 '주고받는 것'이어서다.



투자 내용을 뜯어보면 이유가 보인다. 삼성과 SK 투자의 포커스는 반도체에 맞춰졌다.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무려 300조원 가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SK도 투자총액의 절반 이상인 142조원을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에 투입한다. 반도체는 생산기술은 물론 원자재공급망까지 밸류체인에 작은 빈틈이라도 생기면 심각한 생산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전략물품이다. 국내 투자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SK는 또 전기차 배터리 및 소재사업에 67조원을 쏟아붓는다. 역시 원천기술 보호가 대단히 중요한 영역이다. 전동화와 친환경 기술 선점이 핵심인 현대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LG그룹은 총 투자금액 106조원 중 무려 48조원을 R&D 예산으로 못박아놨다. 핵심기술 인력 육성과 전분야 원천기술 확보가 목표다. 역시 핵심이 역내가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기술 수준이 최고를 향할수록 R&D 기지로서 국내 입지의 강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서 지속적으로 양질의 두뇌들이 육성돼야 한다는 점도 기업들에게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키워드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도전이나 다름없다. 투자를 발표하는 기업들에게서 긴장감이 읽힌다.

포스코는 수소를 중심에 둔 수소환원제철 등 신기술 개발에 총 53조원 투자금액 중 20조원을 쏟아붓는다.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5조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했다. 38조원 투자계획을 밝힌 한화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방산, 우주항공 등 미래산업에 특히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분야에도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이다. 각각 21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GS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도 친환경 디지털 전환에 대부분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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