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바르고 못 입는데...뷰티·패션, 버츄얼 인플루언서 활용 왜?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06.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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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쇼핑 캡쳐/네이버쇼핑 캡쳐


뷰티 패션업계에서 가상 인간인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광고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제품 효능을 알리기보다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광고에서는 실제 사람처럼 '직접 써보니 좋았다'는 모순적인 멘트도 포함되지만, 가상인간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어 기만 광고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나스(NARS)는 지난달 2일 버추얼인플루언서 '이솔'을 쇼호스트로 활용해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신상품 론칭쇼를 진행했다. 이솔은 네이버가 자이언트스텝과 공동개발한 24세의 가상인간이다. 이솔은 론칭쇼에서 "뷰티에 진짜 관심이 많다"며 "신상이 나오면 다 써봐야 직성이 풀리고 그날그날 기분이나 TPO(시간·장소·상황)에 맞게 변화를 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제작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인스타그램에서 브랜드 '헤라'를 광고한 데 이어 올해는 자사 2D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지지 키르시'를 만들었다. 1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지지는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SS(봄·여름)시즌 화보를 공개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웨어 '왁'(코오롱FnC)도 지난달 16일 앰배서더인 '와키즈' 멤버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수아'를 선택했다. 수아는 온마인드에서 제작한 가상인간으로 "골프가 취미"라고 밝힌다. 왁은 수아가 와키즈 라운딩에 나선 화보를 공개하고 앞으로 스토리텔링 콘텐츠도 준비한다.



기업들이 실제로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이유는 고객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유명 리뷰 유튜버나 실제 구매 후기 등을 통해 충족되다보니 젊은세대와의 소통에 보다 중점을 둔다는 얘기다.

다만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제품을 표현할 수 있는 지는 고민이다. 이솔은 론칭쇼에서 "지금 메이크업 어때? 나스로 다 한거야"라고 말하며 소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어 이솔의 제작과정을 보여주며 '가상 현실'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로지도 헤라 광고에서 "얇지만 완벽하게 커버되는 핏팅감이 진짜 최고"라며 체험성 문구를 사용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현재로써는 문제될 만한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실제 사람이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해 본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기만 광고에 해당될 소지가 있지만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가상'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혼동할 만한 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판단은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가 추후 어떠한 형식으로 발전할 지에 따라 검토의 여지가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홍보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시선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이 부분은 늘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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