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규제 샌드박스 플러스+

머니투데이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2022.05.2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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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부회장우태희 부회장


디지털 전환과 기술발전, 새로운 플랫폼 출현 등으로 기업환경은 급속히 바뀌지만 기존 법·제도들은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제도가 '규제샌드박스'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래놀이터처럼 신산업을 추구하는 혁신기업들이 마음껏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별도 조건을 정해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제도다. 낡은 규제로 인해 혁신이 가로막힐 때 '규제 우회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16년 이 제도를 만든 영국은 핀테크기업 위주로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153개 혁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2018년 이 제도를 국가발전전략으로 승화해 온라인 독감진단, 가상화폐와 법정화폐의 동시결제 서비스 등 금융 이외 분야로 적용대상을 넓혀 지금까지 24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외에도 독일, 호주, 싱가포르 등 전 세계 57개국에서 규제샌드박스제도를 도입해 오늘날 이 제도는 신산업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인 규제철폐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떨까. 2019년 도입 이후 한국의 규제샌드박스는 혁신기업들의 신사업 개척을 위한 실험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비결은 전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신청 전 규제 저촉 여부를 판단해주는 신속확인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접 제도운용에 참여해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샌드박스 민간지원센터'가 문을 연 이후 2년간 승인받은 혁신제품과 서비스만 해도 158건에 이른다. 비대면 진료를 시작으로 청년들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공유주방·미용실 등 다양한 혁신이 쏟아졌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투자유치(4조8000억원) 매출증가(1500억원) 일자리창출(6300개) 등에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샌드박스로 시작된 혁신의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도록 해결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 우선 승인과제에 대한 조속한 후속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특례기간 만료로 인한 사업중단 우려를 해소하고 다른 혁신기업들의 참여를 촉진하려면 안전성이 충분히 인정된 과제는 국회에서 선제적으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공무원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그래야 공무원들이 샌드박스 승인이나 후속 법령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새 정부는 기존 제도를 더 발전시켜 운영할 계획이다.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해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심의기한 설정, 규제법령 정비절차 보완 등 제도운용 전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규제샌드박스가 더 발전한 모습으로 확산돼 나가기를 바란다. 꾸준한 제도보완을 통해 혁신의 물꼬를 터주고 그 성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나아가 신제품·서비스뿐만 지역발전과 연계한 과감한 규제철폐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규제샌드박스 플러스가 다른 국가들이 본받을 수 있는 성공적인 롤모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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