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준 앤톡 대표
현장 기록은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포착할 수 없고, 통계 분석은 야구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경험과 지혜를 결코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하지만 빌리 빈은 야구 선수의 명성, 인상, 성격 등 비본질적 요인에 대한 고려가 특정 선수의 가치를 과대 혹은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오염 원인이라는 사실에 집중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차근차근 선수단을 구성한다. 결국 애슬레틱스는 기적처럼 승리를 거듭하게 되고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후 타 구단들도 빌리 빈의 철학을 받아들이게 됐고, 데이터 활용과 전력 분석은 현대 야구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많은 경우 개별 스타트업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거나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상장 기업처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통합되거나 애널리스트 리포트 형태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을 뿐이지 비상장 기업 정보 또한 공공 데이터 형태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특허청 특허정보활용서비스(KIPRIS PLUS)를 활용하면 특허 출원 현황을 확인해 기업별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검증할 수 있고, 국민연금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반으로 기업의 채용 현황과 조직 성장 규모를 월별로 파악할 수 있다. 각종 공시 사이트들을 통해 재무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발품만 팔면'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도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
벤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채널 다변화는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우려 요인도 존재한다. 늘어나고 있는 벤처투자 자금이 다수의 유망 기업으로 확산되기 보다는 인지도가 높은 소수의 스타트업들에게 집중되는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자금 편중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가 데이터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존재해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유망 혁신기업들을 재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데이터 기반으로 투자 관점을 전환해 보다 많은 '숨은 진주'들이 발견되는 생태계가 구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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