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머니투데이 박재준 앤톡 대표이사 2022.05.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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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박재준 앤톡 대표박재준 앤톡 대표


''머니볼'은 2000년대 초반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이터 야구를 도입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주인공 빌리 빈은 예산이 한정된 약체 팀으로서의 열세를 극복하고 우승하기 위해선 관점의 전환이 필요다고 느낀다. 그 과정에서 오직 경기 기록과 데이터 분석에 의거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머니볼' 이론을 접하게 되고 이를 파격적으로 선수단 운영에 적용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감독의 판단과 스카우터의 안목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선수 영입과 경기 전략 수립은 거센 반발에 직면한다.

현장 기록은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포착할 수 없고, 통계 분석은 야구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경험과 지혜를 결코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하지만 빌리 빈은 야구 선수의 명성, 인상, 성격 등 비본질적 요인에 대한 고려가 특정 선수의 가치를 과대 혹은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오염 원인이라는 사실에 집중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차근차근 선수단을 구성한다. 결국 애슬레틱스는 기적처럼 승리를 거듭하게 되고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후 타 구단들도 빌리 빈의 철학을 받아들이게 됐고, 데이터 활용과 전력 분석은 현대 야구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발굴, 분석, 투자 활동 또한 데이터 기반의 전환과 고도화가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싶다. 많은 투자심사역들은 대표자 및 경영진의 역량과 의지가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적평가 방식은 빠르게 팽창하는 창업생태계 전체를 포괄할 수 없고, 주관적 판단은 신기술이 우후죽순처럼 태동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힘들다. 복잡성이 증대되는 투자환경에서 보다 많은 기업을 검토하고 유망한 기업들을 선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객관적 데이터 활용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 개별 스타트업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거나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상장 기업처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통합되거나 애널리스트 리포트 형태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을 뿐이지 비상장 기업 정보 또한 공공 데이터 형태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특허청 특허정보활용서비스(KIPRIS PLUS)를 활용하면 특허 출원 현황을 확인해 기업별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검증할 수 있고, 국민연금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반으로 기업의 채용 현황과 조직 성장 규모를 월별로 파악할 수 있다. 각종 공시 사이트들을 통해 재무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발품만 팔면'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도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7조를 돌파했고 향후 개인투자자의 참여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거래 비상장과 같은 혁신적 투자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고, 벤처캐티필(VC) ETF 상품 등이 출시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개인의 투자 창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추진하는 기업성장투자집합기구 (BDC) 제도가 도입되면 개인의 투자규모는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벤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채널 다변화는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우려 요인도 존재한다. 늘어나고 있는 벤처투자 자금이 다수의 유망 기업으로 확산되기 보다는 인지도가 높은 소수의 스타트업들에게 집중되는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자금 편중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가 데이터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존재해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유망 혁신기업들을 재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데이터 기반으로 투자 관점을 전환해 보다 많은 '숨은 진주'들이 발견되는 생태계가 구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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