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의 공포'에 네이버·카카오 벼랑 끝…"단기 반등 어렵다"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이사민 기자 2022.05.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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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장 초반 2%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2600선을 회복한지 이틀 만에 다시 그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사진=뉴스1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장 초반 2%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2600선을 회복한지 이틀 만에 다시 그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사진=뉴스1


코스피 2600선이 이틀만에 다시 깨졌다. 경기 침체 우려로 급락한 미국 증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기관의 대량 매도가 하락을 부추겼다. 특히 플랫폼 기업, 유통 기업 등을 중심으로 신저가를 기록하는 종목들이 속출했다. 시장에선 한국 증시의 단기 반등은 어렵다며 향후 '박스피'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64포인트(-1.28%) 내린 2592.34에 마감했다. 장 초반 2%대 빠지며 급락장이 연출되는 듯 했지만 상하이 봉쇄 완화 정책 등이 발표되며 낙폭을 줄였다.



이날 시장을 짓누른 주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다. 이는 플랫폼 기업 등 성장주와 소비를 대표하는 유통주에 충격을 줬다. 네이버(NAVER (184,400원 ▼300 -0.16%))는 전 거래일 보다 5000원(-1.81%) 하락한 27만1500원, 카카오 (48,600원 ▲100 +0.21%)는 2200원(-2.66%) 하락한 8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장중 각각 26만6500원, 8만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주가도 하락했다. 이마트 (63,700원 ▼300 -0.47%)는 전 거래일 대비 4000원(-3.35%) 하락한 11만5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11만300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신세계 (166,300원 ▼900 -0.54%)(-2.15%), 롯데쇼핑 (69,700원 ▼100 -0.14%)(-3.96%) 등도 하락 마감했다.



신저가 종목들이 속출한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통업체인 '월마트'에 이어 최대 소매업체인 '타겟'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시장 전망치보다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했고 주가도 하루 만에 약 25% 빠졌다. 시장에선 유통업체들의 연이은 어닝 쇼크가 경기 침체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준다는 비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1분기 부진한 실적이 연결되면서 국내 빅테크, 유통업체들의 하락폭이 커졌다. 앞서 네이버, 카카오, 이마트 등은 시장 평균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유통업체들의 실적을 보고 소비가 위축된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확산돼 증시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았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하락이 네이버, 카카오에 대한 성장 기대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주도 연달아 신저가를 기록했다. 급격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가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12,490원 ▲90 +0.73%)은 전 거래일 보다 100원(-0.99%) 하락한 1만5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장중 1만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삼성증권 (38,100원 ▼50 -0.13%), 유안타증권 (2,780원 0.00%), 현대차증권 (8,900원 ▲40 +0.45%), SK증권 (603원 ▼1 -0.17%) 등도 연달아 신저가를 찍었다.

'I의 공포'에 네이버·카카오 벼랑 끝…"단기 반등 어렵다"
투자업계 "단기 반등 어렵다…'박스피' 계속될 것"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선 향후 글로벌 증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단기 반등 가능성은 높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금리 인상→기업 비용 증가→기업 이익 감소'라는 일련의 과정은 예견됐으나 이후 기업 이익을 늘릴 방법인 가격 전가 여부는 업종별로 다른 만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 하드랜딩(hard landing·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것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추가적인 지수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향후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정점 통과) 하더라도 서비스 물가 상승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물가가 유지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키는 만큼 코스피지수가 2530~2800대 박스권을 횡보하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약세 국면을 기회로 활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금융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증시가 빠져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덜 빠져 지수 하단은 2570선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원화 자산이 상대적으로 매력이 생기면서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현대차 (251,000원 ▼500 -0.20%) 등 환율과 연동되는 수출 대형주에 호재인 만큼 현 시점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반면 성장주는 밸류에이션이 비싼 만큼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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