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업안전이 '월드클래스'인 대한민국 보고싶다"

머니투데이 김기선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2.06.0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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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선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기선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종종 아들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함께 시청하는데 '월드 클래스'인 손흥민 선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때마다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시쳇말로 '국뽕이 차오른다'는 말이다. 굳이 손흥민 선수가 아니라도 우리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니 말이다.

6.25의 비극적 참상이 남긴 폐허 위에서 정부 주도의 경제기획과 노동자의 무수한 희생을 통해 독일 '라인강의 기적'에 필적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19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회원국이 됐고, 지금은 G20(주요 20개국) 회원국 중 하나이며,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최선진국 그룹이라 할 수 있는 G7 국가들에 맞먹을 경제 규모를 가진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이 됐다.



그럼에도 이러한 '월드 클래스' 대한민국의 자부심에 걸맞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산업안전보건이다. 2021년 기준 한 해 동안 산재 사고부상자는 10만1182명이고, 산재 사고사망자는 828명이었다. 물론 임금근로자 수와 산재보험 가입자 수의 증가를 고려하면 우리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분명 향상되고 있다. 산재 사고사망자 수만 봐도 2017년 964명에서 2021년 828명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월드 클래스'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업무상 사고사망자수의 비율인 사고 사망만인율은 지난해 0.43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OECD 회원국 평균인 0.32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0.14인 일본과 비교해도 3배나 높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이 월드 클래스가 되기 위해선 여러 가지 변화가 요구된다. 우선 산업안전보건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경제·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화된 노동형태를 반영해 보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보호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것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예방이라는 산업안전보건 규제 본연의 목적에 맞도록 재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사업주가 준수해야 하는 세부기준을 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규칙 중 산재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은 불필요한 규제는 없는지, 기술 및 노동 변화에 따라 실효적이지 않은 규제는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 산업안전보건 감독 계획 아래 예방적 관점의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감독도 요구된다.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중심으로 재해예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위험 점검에 중점을 둔 효율적인 감독이 실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산재 발생 현황과 감독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 역량 향상을 위한 집중적인 지원이 확대돼야 하며, 위험성 평가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노사 자율적 안전보건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안전보건은 우리 삶의 행복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한 사회로 이끌어 줄 튼실한 기둥이다. 나는 산업안전보건이 '월드 클래스'인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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