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부실에 바빠진 금융당국...예보기금 활용까지 검토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김세관 기자 2022.05.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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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부실에 바빠진 금융당국...예보기금 활용까지 검토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보험사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됐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재무건전성 평가지표 유예나 새로운 재무건정성 지표(K-ICS)를 조기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예금보험공사에 예보기금을 활용해 부실이 우려되는 보험사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다수의 보험사가 RBC(지급여력)비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일시에 보험계약자들이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문제없이 지급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다. 보험업법상 100%를 넘겨야 하고,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순자산이 감소했고 이는 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DGB생명(84.5%) △한화손해보험(122.8%) △NH농협생명(131.5%)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 등이 RBC비율이 권고치인 150%를 밑돌았다. DGB생명은 지난달 300억원을 유상증자하면서 RBC비율을 108.5%로 올려놓았다.



업계에서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RBC비율은 더 하락할 것으로 본다. 이에 금융당국은 다양한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유관기관인 예보에 자금지원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예보기금 출자(유상증자) 등을 진행해 자본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부실이 발생한 후 사후 정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부실을 막는 개념이다. 예보는 현재 생명·손해보험사 계정으로 5조7000억원 가량의 예보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도상 예보기금을 활용하기는 어렵다. 관련 법률상 예보기금을 활용해 금융사에 자금을 지원하려면 해당 금융사가 먼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 부실금융기관은 지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이 박탈되는 등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는 행정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예보기금의 선재 위기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전에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험업계에서는 현재의 재무건전성 평가지표를 유예하거나 내년 도입예정인 K-ICS 조기 도입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RBC제도에서는 자산만 시가로 평가하지만 K-ICS에서는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로 평가돼 금리 변동성에 영향을 덜 받는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잉여금 일부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평가손실 일부를 상계하는 방안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예보기금을 부실 금융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금융당국 내부에서 검토했으나 법률상 문제 등으로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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