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펙수클루, 약가 하향 전망...선두주자 케이캡 잡을까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2.05.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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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펙수클루, 약가 하향 전망...선두주자 케이캡 잡을까


대웅제약 (112,700원 ▲2,200 +1.99%)의 위식도 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의 약가가 회사 희망 가격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낮은 가격 때문에 매출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질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일지 향후 시장 내 지위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시장에는 같은 계열의 선두주자인 HK이노엔 (39,050원 ▲850 +2.23%)의 케이캡이란 제품이 판매중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펙수클루에 대해 "평가 금액 이하 수용시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심의했다.



이 같은 '조건부 급여'는 심평원이 제시한 금액 이하를 받아들이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심평원의 통상적인 약가 낮추기 과정으로 본다. 임상적으로 의약품의 효능이 증명됐지만 제약사가 희망하는 가격이 높다고 평가한 것이다.

펙수클루의 약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펙수클루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급여로 남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는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건보 급여를 받기 위해 심평원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펙수클루는 대웅제약이 신성장 동력으로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대웅제약은 2007년 개발에 착수한 이후 14년만에 품목허가를 받았다.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차단제) 계열로,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주름잡았던 PPI(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보다 증상 개선 효과가 빠르고 오래 지속하면서 식사여부와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결정은 경쟁 품목인 HK이노엔 (39,050원 ▲850 +2.23%)의 케이캡을 고려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내에 출시된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이 있다. 케이캡의 약가는 50mg 1정당 130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심평원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과 경쟁 약이 있는데 단가를 비교했을 때 비싸기 때문에 약가를 깎으려는 것"이라며 "후발주자 약은 선두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추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약평위의 평가 결과 보고서를 전달받지 못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아직 결과를 받지 못했다"며 "약가 협상 과정을 거쳐 올 여름에는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약가 협상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출시 시점은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펙수클루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던 지난해 말 회사는 올 상반기 내 출시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케이캡의 처방액이 1096억원을 달성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펙수프라잔의 출시 이후 경쟁 구도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증권가에서는 펙수프라잔이 향후 대웅제약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펙수클루는 향후 최대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기대되며 수익성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약가가 낮게 결정되면 매출액 규모가 전망치보다 소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후 제네릭(복제약)의 등장으로 오리지널 제품의 점유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동일한 계열의 의약품의 효과가 비슷하다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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