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속 '파리' 보고 사망시간·원인까지 척척…국내 첫 '법곤충감정실'

/사진=경찰청

경찰이 곤충을 통해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법곤충 감정기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사망시간뿐 아니라 시신 이동, 약물 사용 여부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충남 아산시에 국내 최초로 법곤충감정실(Forensic Entomology Lab)을 개소한다.

사망시간은 변사사건에서 정확한 사인, 범죄 관련 여부 확인을 위한 중요한 단서다. 통상 체온 하강, 시신 얼룩(시반), 시신 경직(시강), 위(胃) 내용물 소화 상태로 사망시간을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되었거나 부패한 시신의 경우 기존 방법으로는 사망시간 추정이 어렵다.

법곤충 감정은 곤충 종류별로 온도에 따른 성장 속도가 일정하다는 특성을 활용한다. 시신에서 발견된 곤충의 종류와 성장 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장기적인 사망시간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다소 생소한 영역이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수사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찰은 2014년 세월호 사건 관련 순천에서 발견된 A씨의 변사 사건에 적용한 이후 제한적으로 사건에 활용해왔다. 법곤충 전담 감정실이 없고 국내 곤충 전문인력 부족, 한국 계절·지역 특성을 반영한 법곤충 데이터 미비로 그동안 수사 활용은 제자리걸음 상태였다는 평가다.

경찰청은 2016년부터 5년 동안 법곤충 관련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에 서식하는 주요 시식성 파리 3종에 대한 성장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법곤충 감정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4월부터 추가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법곤충 데이터 확대, 감정기법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법곤충 감정기법을 통해 변사사건의 수사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마지막 사회적 책무인 만큼 모든 변사사건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법곤충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국가기관 차원에서 법곤충감정실 운영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법곤충 전문인력 양성, 연구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법곤충 분야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