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배운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지만 수출엔 별 도움이 안 된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중국의 위안화도 약세이기 때문이다.
수입도 줄어들긴 커녕 오히려 급증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어오른 결과다.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물가는 더욱 불안해진다. 득보다 해가 되는 원/달러 환율 1300원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달 들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7%(35억8000만 달러) 늘어났음에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이 34.7%(50억9000만 달러) 급증한 때문이다.
지난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그러나 최근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수출 제품들이 가격보다 기술과 품질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데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공장이 늘어나는 등 글로벌 공급망도 예전보다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통화가치 역시 달러화 대비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 하락의 효과를 갉아먹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2002년 4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130엔을 돌파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거래)센터에 따르면 위안/달러 환율도 1년 6개월 만에 6.7위안대로 올라섰다.
환율이 오를 경우 원자재 비용이 커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통관 기준으로 원자재 수입액은 1년 전 같은 달 대비 52.3% 급증했다. 특히 가스와 석탄의 수입액 증가율은 각 164%, 106%에 달했다.
한 배터리 관련 수출 기업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액이 늘어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들어오는 원자잿값 지출이 커지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본사는 한국에 있지만 미국 공장은 달러로, 중국 공장은 위안화로 값을 치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주류수입업체 관계자는 "해외에 물건을 주문한 뒤 대금을 지급할 때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결제할 때 부담이 커진다"며 "제품 가격을 올리긴 어려운데 비싸게 물건을 들여오다보니 수익성이 악화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도 "가뜩이나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한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갖고 “0.75%p 수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C) AFP=뉴스1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환율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해외 자본 유치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뿐 아니라 엔화와 위안화도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에 고환율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상황"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늘리려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만 등 여러 나라처럼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