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오심·문심과 민심[우보세]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2.05.1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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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시대의 막이 올랐다. 이제는 지방 일꾼을 뽑을 시간이다. 특히 수도 서울의 지방권력 풍향계인 구청장 선거전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각 후보들은 벌써부터 '윤심(尹心)'과 '오심(吳心)', 문심(文心)' 등을 전면에 내걸고 뜨거운 마케팅 경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서울 구청장 후보들은 4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시장과의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후보의 소셜미디어나 사무실에 걸어두는 홍보물 등에 오 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놨다. 오 시장과 함께 일했던 경력도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실제로 나진구 중랑구청장 후보(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와 김경호 광진구청장 후보(전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사장), 강맹훈 성동구청장 후보(전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서강석 송파구청장 후보(전 서울시 재무국장) 등은 오 시장과 함께 '원팀'을 이뤄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현역 구청장이 대부분이다. 이들 외엔 이른바 '친문' 인사들이 눈에 띈다. 최동민 동대문구청장 후보(전 청와대 행정관), 이순희 강북구청장 후보(전 민주당 부대변인), 김승현 강서구청장(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수성'에, 국민의힘은 '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올해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오 시장의 보궐선거 압승과 윤 대통령 취임으로 판세가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시장부터 구청장, 시의원까지 모든 표를 하나의 번호로 찍는 '줄투표' 성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구청장 후보들의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역별, 정당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구청장 후보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로부터 공천 약속을 받아내기 바빴으니 구정 밑그림을 그릴 시간이 부족했을 게다.

결국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을 뽑는 동네잔치로 치러지지 못하고 사실상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된 지 오래다. 이념과 성향에 따라 '여냐 야냐'를 강요받는 상황이 된 셈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서글프지만 우리나라 30년 지방자치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구청장 선거는 4년간 지역을 대표할 일꾼을 뽑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하수인을 뽑는 게 아니다. 앞으로 지역의 자치와 발전, 주민의 안녕과 복지를 책임지는 유능한 리더를 가려내는 선거여야 한다.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이 아니다.

지방선거일까지 앞으로 20여 일. 지방선거가 중앙선거로 치러진다면 그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뻔하다. 지방선거는 내 지역,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치행사다. 지역의 삶이 중앙정치에 더는 이리저리 휘둘리도록 놔둬서는 안 될 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한 표다. 그렇지 않으면 6월 1일은 '유권자 패배의 날'이 될 수밖에 없다.

"정책선거로 우리 동네가 표나게 달라집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 중인 중앙선거거관리위원회의 광고 문구를 유권자들이 꼭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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