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대장주' 물 건너간 SK쉴더스…업계 "우리 IPO 어쩌나"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2.05.0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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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쉴더스, 몸값 고평가 논란에도 정면 대응
비교기업 교체 '강수'·공모가 하향 조정까지 검토했으나 상장 무산
"얼어붙은 증시, 융합보안 가치 저평가" 아쉬움도

박진효 SK쉴더스 대표이사./사진제공=SK쉴더스박진효 SK쉴더스 대표이사./사진제공=SK쉴더스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혔던 SK쉴더스가 상장 절차를 취소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불거진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SK쉴더스의 보안업계 대장주 등극에 맞춰 국내 보안기업 재평가를 기대했던 업계에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하반기 이후 상장을 준비 중이던 보안기업들도 적지 않아 시장 '후폭풍'도 우려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상장철회를 공식화했다. 지난 3~4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2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거둔 탓이다. SK쉴더스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극복 못한 몸값 논란…"사이버 보안사업 저평가" 아쉬움도
'보안 대장주' 물 건너간 SK쉴더스…업계 "우리 IPO 어쩌나"
IPO 추진 과정 내내 SK쉴더스는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최대 3조5000억원인데, 이는 국내 보안업계 1위 사업자인 에스원(약 2조5000억원)보다 높은 수준이어서다.

SK쉴더스는 "물리보안 전문기업인 에스원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적극 대응했다. SK쉴더스는 융합보안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사업구조가 확연히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SK쉴더스는 △사이버 보안(인포섹) △융합보안(SUMiTS) △물리보안(ADT캡스) △안전 및 케어 등 4개 사업분야를 영위하는데, 올해 기준 비물리보안 매출이 이미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1위를 차지한 사이버 보안 사업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이 16.4%다.



그럼에도 고평가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SK쉴더스는 공모가 산정근거인 비교 기업군도 바꿨다. 기존에 포함했던 미국의 알람닷컴과 퀄리스 등을 빼고 국내 시장환경과 비슷한 대만의 세콤과 국내 기업 싸이버원 (9,350원 ▲90 +0.97%)을 포함했다. 여기에 공모가를 기존 희망가(3만1000~3만8800원)보다 낮은 2만5000원으로 책정하는 강수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SK쉴더스 IPO 철회에 업계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SK쉴더스 상장 이후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던 국내 보안시장에 훈풍이 불 거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사이버 보안기업인 맨디언트가 구글에 6조8000억원에 인수되는 등 '빅딜'도 이어지지만, 국내에선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보안기업이 에스원 (61,700원 ▼700 -1.12%)안랩 (63,000원 ▼600 -0.94%) 뿐이다. 그나마 정보보안 시장 1위 사업자 안랩의 주가는 창업자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행보에 따라 오르내린다.

한싹, 시큐레터, 틸론, 샌즈랩, 이스트시큐리티 등의 상장 준비에 인수합병(M&A) 움직임까지 활발하던 보안시장엔 당분간 냉기가 흐를 전망이다. 국내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워낙 작고, 다양한 보안 분야를 아우르는 SK쉴더스와 직접 비교할만한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융합보안 분야의 미래 가치와 비전을 강조했지만 얼어붙은 시장 환경이 따라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도 "해외와 달리 한국에선 사이버 보안 사업 가치평가에 박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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