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과속 안했으면 1만원 갔을텐데"...역대급 고용은 성과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2.05.0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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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문재인정부 5년, J노믹스의 명암④ 노동

편집자주 문재인정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하나의 정권을 오롯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한 마디로 재단하기에 5년은 너무 길다. 가치를 배제한 채 객관적 사실만 놓고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를 따져보자.

"최저임금 과속 안했으면 1만원 갔을텐데"...역대급 고용은 성과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 친화적 공약을 내세웠다. 취임 후 임기 초반에도 실제로 그런 기조로 노동정책을 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다 영세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커진 탓에 이후 속도를 늦췄고,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이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한편 코로나19(COVID-19)란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고용률을 기록하는 등 취업자 측면에선 성공적이란 평가다. 다만 민간이 아닌 국가 재정이 만든 일자리란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최저임금 인상 과속…"아마추어 정책"
6일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 이뤄진 2017년 7월 위원회에서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16.4%로 결정했다. 인상액은 1060원이나 됐다. 다음해에도 10.9% 인상률을 결정,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2년 만에 8350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정권 초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대다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됐고 쪼개기 계약 성행, 초단기직 등장 등 노동시장 교란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개선 효과를 부르고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인상하는 바람에 큰 부작용도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전체를 봤을 때 이전 정부보다 인상률이 낮다는 것은 소탐대실한 결과"라며 "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올려야 하는데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률을 결정한 건 아마추어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이후 3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로 결정하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과 관련된 질문에 "(현 정부에서) 점진적으로 올렸다면 더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 가운데 또 하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었다. 노동시장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추진했지만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면서 청년층 반발을 사게 됐다. 고용 개연성 등 문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신분 변동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민감한 공정성 문제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면서 MZ세대에게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고 민간으로 확장하지 못한 정책이 되면서 성과는 크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서도 "첫 두해에 급격하게 인상한 것이 소득재분배 효과는 이뤄냈지만 7~8% 인상률을 꾸준히 유지했던 박근혜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널뛰기 인상이 이뤄지면서 전략적으로는 실패했다"고 했다.

역대 최대 고용률..."나랏돈으로 만든 일자리"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은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ILO(세계노동기구) 핵심 협약을 비준했고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제 시행으로 노동 분배를 크게 개선해 일과 생활의 균형에 진전을 이뤘다"며 "코로나 위기 이전의 고용 수준을 조기 회복한 것은 봉쇄 없는 방역의 성공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만1000명이 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3월 기준으로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증가 폭이 컸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1.4%를 기록했는데 이는 1982년 7월 월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로 최고치다.

이 교수는 "산재사고나 일자리 문제, 노동지표를 개선하는 데 정책의지를 보였고 지표가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며 "최저임금은 논란이 많았지만 분배 효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와 주52시간 근무 법제화 등을 통해 전향적으로 근로시간 단축하면서 장시간 노동국가에서 벗어나는 물꼬를 만든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재정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급급한 결과, 민간 일자리 창출 측면에선 성과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사업 예산은 2017년 1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0조6000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 국가직 공무원 정원도 박근혜정부(103만2000명)와 비교하면 12만9000명 늘었다.

박 원장은 "정부가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면 민간으로도 확대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이어지지 못하고 재정만 풀린다면 인플레이션만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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