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안 열려"…'192명 사망' 대구 지하철 참사, 끔찍했던 그날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2022.05.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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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92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야기가 재조명됐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는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다뤄졌다.

이날 방송은 2003년 대구 지하철을 탄 승객의 증언을 토대로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당시 62세의 전융남씨는 대구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 맞은 편에 앉은 남성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운동복 차림의 그 남성은 한 손에는 약수통, 다른 손에는 라이터를 들고 있었다. 특히 그는 라이터를 껐다 켜는 행동을 반복했다.



이후 지하철이 대구 중앙로역에 도착해 하차하려던 전융남씨는 수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그때 수상한 행동을 하던 남성의 바지에 불이 붙은 모습을 목격했다. 이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남성의 옷을 태우던 불을 끄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잠시 후 남성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곧바로 화재 신고가 이뤄졌으나 불은 빠르게 옆 칸으로 확산됐다.

불이 난 열차는 1079호였는데, 반대편 승강장으로 1080호 열차가 진입 중이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1080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들어서자, 당시 1080호에 탑승해 있던 승객들은 맞은편에서 불타고 있는 1079호 열차를 보게 됐다.

이내 1079호 열차의 불이 1080호 열차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탑승객들은 다급히 119에 신고를 했고, 당시 약 20분 동안 150통이 넘는 전화가 소방 당국에 걸려왔다.

신고를 받고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거센 불길과 연기 등으로 지하철 내부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불은 약 1시간40분 동안이나 지하철을 집어삼켰다.

불길이 모두 잡힌 뒤 구조대 등이 현장으로 들어갔으나 열차 안에는 유골 일부분과 타고 남은 일부 소지품만 남아있었다. 심지어 유해들이 뒤엉켜 있어 신원을 확인할 길도 없었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참사의 범인은 휘발유를 넣은 약수통과 라이터로 불을 지른 방화범 김대한이었다. 그는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자,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192명의 승객이 숨졌다. 더욱이 전체 사망자의 74%가량(142명)이 나온 곳은 뒤늦게 역으로 들어온 1080호 열차였다.

더 심각했던 점은 당시 지하철 종합사령실에서 화재에 대한 아무 대처도 못 했다는 것이다. 종합사령실에는 3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었으나 아무도 CCTV를 보고 있지 않았다.

또한 불이 발생하고 1분 만에 화재감지기가 작동, 종합사령실로 이 내용도 전달됐으나 직원들은 오작동인 줄 알았다며 손을 쓰지 않았다.

1080호 열차의 기관사 역시 비상 상황에서 사용하는 '무정차 통과'로 현장을 이탈해야 했었지만, 종합사령실의 지시를 받지 못해 중앙로역에 열차를 세운 뒤 정차한 것이었다.

결국 화재가 번지고 있음에도 승객들을 대피하려는 시도는 이뤄지지 않았고, 전기마저 끊기게 되면서 열차 출입문도 개방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1080호 기관사는 기관실 바로 옆 1호 칸의 출입문 몇 개만 연 뒤 현장을 이탈했다.

이 같은 당시 상황과 유가족들의 이야기 등을 전해들은 강승윤과 정인선은 오열하며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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