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뉴스1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형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월가가 최근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깨달음보다는 단순한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가의 암호화폐 투자 및 거래 허용은 디지털 자산 실용성에 대한 확신이 아닌 관련 투자에 적극적인 투자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라는 얘기다.
특히 암호화폐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지난해 기관 투자자 거래규모는 1조1400억달러(약 1442조6700억원)로 전년 대비 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실제 월가에선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암호화폐 취급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월가 대형 자산운용사 최초로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운용사인 피델리티는 지난달 26일 가입자의 개인 퇴직연금 계좌에서 최대 20%의 자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옵션을 올해 안으로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피델리티는 현재 미국 기업 2만3000개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401k)을 관리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조9000억달러(약 3675조7500억원)로 전체 퇴직연금 규모의 25% 이상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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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앞서 암호화폐를 투자 대상으로 취급하기 위해선 더 많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대형 투자은행(IB)도 암호화폐 투자에서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부터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그룹에 상장된 비트코인 옵션과 선물 거래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채무자의 비트코인을 담보로 한 대출도 허용했다.
미 IB 코웬의 제프리 솔로먼 회장은 현재 월가가 50년여 전 주식 거래량 급증을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하며 향후 암호화폐 전문 투자상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점쳤다. 그에 따르면 과거 월가는 급격히 늘어난 주식 거래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기술 발전에 도움을 받아 전문 주식투자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JP모간체이스, 버크셔해서웨이 등은 여전히 암호화폐 투자에 비판적이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불투명하고 시장의 제도적 장치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워런 버핏은 지난달 30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비트코인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현재 발행된 비트코인 전체를 25달러(약 3만원)에 준다고 해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의사회 부의장인 찰리 멍거도 비트코인 투자를 어리석은 짓이라고 표현하며 암호화폐 채굴 및 거래 등을 금지한 중국 지도부를 "매우 영리하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