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한 헤르손서 "이제 루블화 써라"…시민들 '환전 투쟁'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2.05.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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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가 '위장' 주민투표를 시행해 이 지역을 '헤르손 인민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5일 헤르손 주민들이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라고 쓰인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반러시아 집회를 하는 모습. 2022.04.28.[헤르손=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가 '위장' 주민투표를 시행해 이 지역을 '헤르손 인민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5일 헤르손 주민들이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라고 쓰인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반러시아 집회를 하는 모습. 2022.04.28.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1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가 통용되기 시작하자 시민들이 '환전 투쟁'을 벌이고 있다. 흑해 항구 도시인 헤르손은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3월 2일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이날 BBC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헤르손에서 흐리브냐(우크라이나 화폐)를 루블화로 강제 전환하기 시작했다. 4개월간 루블화와 흐리브냐를 혼용한 뒤 루블화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러시아가 국가 정체성을 제거하고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려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비판한다.

주민들은 루블화를 손에 쥐자마자 흐리브냐로 환전하는 '조용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 시민은 BBC에 "루블이 통용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지역을 떠날 것 같다"면서 "시내에서는 환전소가 운영되고 있어 루블화를 받으면 흐리브냐로 환전할 것이다. 이건 불복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에게는 연금이 루블로 지급됐지만 주민들은 흐리브냐로 환전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고르 콜리하예우 헤르손 시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의 유일한 은행 시스템은 우크라이나의 것"이라면서 "루블화 사용이 가능하리라고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은 기존 시장을 축출하고 친러 시장을 세운 뒤 이 지역에서 친러 인민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주민투표를 시도했다. 그러나 점령 초기부터 시민들은 러시아군의 장갑차와 탱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저항했으며 지역 의회 의원들은 주민투표 시도를 무산시켰다.


러시아군의 점령 이후 헤르손 시민의 절반이 다른 지역으로 떠났으며 최근에도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정부청사에는 러시아 국기가 게양됐고, 레닌의 동상이 다시 세워졌다. 러시아TV 프로그램이 송출되는 등 러시아군은 이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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