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추락, 1분기도 삼성 1위 독주…"반도체 한번 뒤처지면 끝"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2.04.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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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추락, 1분기도 삼성 1위 독주…"반도체 한번 뒤처지면 끝"


삼성전자가 올 1분기 실적에서도 글로벌 반도체 강자 인텔을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3년만에 탈환한 데 이어 올해도 1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회계연도 기준 2분기(지난해 12월26일~올해 4월2일) 매출이 183억5000만달러(약 23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인 185억달러를 밑도는 성적으로 최근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사태 완화에 따른 PC 수요 둔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가 전날 확정 발표한 1분기(올 1~3월) 반도체 부문 매출은 26조8700억원이다. 인텔을 3조원 이상 앞서면서 전 세계 반도체업계 1위를 수성했다.

인텔의 추락, 1분기도 삼성 1위 독주…"반도체 한번 뒤처지면 끝"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018년과 지난해에도 연매출 기준으로 인텔을 뛰어넘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내내 1분기 매출 격차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인텔을 다시 한번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굳건한 서열에 다시 균열을 만든 것은 클라우드서비스의 확대와 PC(개인용 컴퓨터) 시대의 종료,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대세화라는 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PC 시절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버리고 '인텔 인사이드'를 앞세운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에 집중하면서 호황을 누렸던 인텔이 클라우드서비스와 모바일의 시대에 들어 본업인 CPU 시장 동력 약화로 메모리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다는 얘기다.

인텔은 1970년 메모리반도체 산업표준인 1103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D램 원조 개발사로 시장을 호령하다 1980년대 들어 NEC를 비롯한 일본 기업에 쫓기자 1984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해 PC용 CPU에 집중했다. 당시 인텔의 CPU 시장점유율은 90% 수준으로 사실상 독점사업자였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게 이 시기와 맞물린다.

인텔의 추락, 1분기도 삼성 1위 독주…"반도체 한번 뒤처지면 끝"
삼성전자가 최근 미래성장동력으로 지목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경쟁업체 대만 TSMC는 올 1분기 매출 약 21조1000억원을 거뒀다. TSMC 자체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26조870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 추정 매출(6조8000억원)과 견주면 3배가 넘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텔의 성장세 둔화와 TSMC의 부상이 시사하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승자독식의 첨단기술산업, 특히 반도체산업에서는 한순간의 실기(失期)가 돌이키기 어려운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1월 '인텔, 삼성에 반도체 왕좌 내주기 직전'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인텔의 퇴조를 지적하면서 "반도체업계에서는 한번 뒤처지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어렵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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