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피난처 '리츠'가 뜬다…이유있는 신고가 '질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4.2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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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에 건물주, 그 위에 리츠주]①인플레 임대료 반영+자산가치 상승 기대…배당수익률·편입자산 투자포인트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리츠(REITs)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이다. 고배당 매력에도 주가 변동성이 낮은 탓에 시장의 관심 밖에 있었는데 최근에는 달라졌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을 방어할 수 있는 훌륭한 투자자산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리츠의 주요 편입자산인 오피스, 쇼핑몰, 호텔 등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주가가 잘 떨어지지 않는 특성과 높은 배당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리츠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리츠 줄줄이 신고가…고배당+주가 상승 겹호재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리츠 19개 종목의 올해(1월3일~4월19일) 평균 주가 상승률은 7.07%다. 같은 기간 8.7% 하락한 코스피 지수와 반대 방향이다.

52주 신고가(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가격)도 속출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신고가를 경신했거나 근접한 리츠는 이지스레지던스리츠 (4,050원 ▲50 +1.25%), 코람코더원리츠 (4,930원 ▲25 +0.51%), 미래에셋글로벌리츠 (3,095원 ▼5 -0.16%), SK리츠 (4,085원 ▼65 -1.57%) 등 10개 종목에 달한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올해만 15.5% 올랐다. 지난달 28일 상장한 코람코더원리츠는 상장첫 날 종가보다 14.2% 상승했다. 공모가 5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23.6%의 수익률이다. ESR켄달스퀘어리츠 (4,540원 ▲30 +0.67%), 모두투어리츠 (4,060원 ▼15 -0.37%), SK리츠 등도 올 들어 1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리츠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평균 4.85%다. 주가 상승에 배당수익률까지 감안하면 올해 초 리츠에 투자했을 경우 기대수익률은 15~20%까지 올라간다.

리츠는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투자회사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오피스, 임대주택,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주유소, 호텔, 리테일 등 다양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다. 투자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주요 수익원이다.


리츠법에 따라 임대료 등으로 들어온 이익의 90% 이상은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고배당 종목의 대명사로 꼽힌다. 투자한 부동산의 가치가 잘 변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가의 하방 안정성도 탄탄하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리츠의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주가 상승도 노릴 수 있다.

최근엔 리츠가 방어적 성격을 넘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자산으로 주목받는다. 통상 리츠는 투자금과 대출을 더해 부동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비용(이자)은 늘어난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건축비가 올라가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국내 상업용 부동산은 비용을 임대료로 전환하는 것이 용이하다. 건축비가 오른 만큼 건물의 자산가치도 상승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훌륭한 헤지(hedge, 위험회피)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것이 부동산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라며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오피스와 리테일, 호텔처럼 입지가 중요한 전통형 부동산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오프닝 수혜…오피스·호텔·리테일 주목
리츠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주로도 주목받는다. 리츠의 주요 편입 자산인 오피스는 기업들의 재택 근무 종료로 인한 오피스 수요 증가와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임대료 상승은 곧 리츠 배당금 증가를 뜻한다.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1.9% 포인트 감소한 9.9%로 집계됐다. 주요 업무지역인 여의도 권역은 파크원 완공으로 인한 공급 증가에도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한 11.9%를 기록했다. 공실이 줄면서 서울 프라임 오피스 시장의 평균 임대료는 3.3㎡당 10만42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 상승했다.

세빌스코리아 리서치팀은 "2022년에는 예정된 오피스 신규공급이 없다"며 "거시적 경제 회복세와 맞물린다면 서울 주요 권역의 오피스 공실은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과 백화점, 쇼핑몰 관련 리츠도 리오프닝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리오프닝 기대감에 글로벌 호텔 리츠 주가가 반등했는데 추후 실적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출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도심 내 비즈니스 호텔의 실적 개선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츠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의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빌스코리아 리서치팀은 "소비트렌드가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되며 물류 임차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인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데이터센터 시장 또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츠 옥석 가리기…투자포인트는?

리츠 안에서도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주요 투자 포인트는 △배당수익률과 배당 주기 △편입자산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 등이다.

보통 리츠는 연 5~6% 이상 배당금 지급을 목표로 한다. 공모가 5000원을 기준으로 목표 배당수익률을 설정하기 때문에 주가가 5000원보다 높아질수록 그만큼 배당수익률은 떨어진다.

반대로 주가가 5000원에 가까워질수록 투자매력은 올라간다. 리츠는 주식을 발행할 때 주당 5000원을 기준으로 기초자산인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에 맞춰 발행주식수를 결정한다. '5000원=기초자산의 가치'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이상 주가가 5000원 밑으로 떨어질 일은 별로 없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리츠에 투자할 때는 채권과 비슷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주가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높은 배당을 지급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다면 배당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 국내 상장 리츠는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1년에 2번 배당한다. 배당 시기는 6·12월, 5·11월 3·9월 5·8월 등 다양해서 잘 조정하면 매달 배당 받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SK리츠와 코람코더원리츠는 1년에 4번 배당한다.

주요 편입자산이 무엇인지도 살펴야 한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예상한다면 물류센터 리츠를, 오피스 시장을 좋게 본다면 오피스 리츠를 사야 한다.

최근에는 제이알글로벌리츠나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등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도 상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올해는 프랑스 크리스탈 파크에 투자하는 마스턴프리미어,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오피스에 투자하는 인마크글로벌프라임 등이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를 통해 부동산을 추가로 편입하거나 자산 가치의 상승 가능성이 있는지도 챙겨볼 요소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지난 18~19일 유상증자를 통해 1182억원을 조달했다. 이 돈으로 인천 '남청라 스마트로지스틱스 물류센터'를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다.

신한알파리츠 역시 얼마전 15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추가 자금을 확보했다. 편입자산이 늘고 수익원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배당 여력이나 자산 가치 상승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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