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지난 일을 왜 지금…" 마크롱 잡으러가던 르펜 앞 '악재'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04.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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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매체 억대 EU 공금유용 의혹 보도…
24일 두 후보 놓고 프랑스 대선 결선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사진=AFP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사진=AFP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유럽연합(EU) 예산 전용 의혹이 불거졌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랑스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는 EU 부패방지국(OLAF) 보고서를 인용해 르펜 후보, 르펜 후보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 등 4명의 국민연합 의원들이 과거 유럽의회 의원을 지내던 시절 공적자금 약 61만7000유로(약 8억2000만원)를 유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르펜 후보가 전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약 13만7000유로(약 1억8000만원)다. 르펜 후보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의회 의원으로 재직했는데, 이 기간 EU의 공적자금을 개인 경비·국내 정치 목적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례로 르펜 후보는 2010년 '유럽지역과 금융 위기'라는 콘퍼런스에 참가한 당원 13명의 숙박비로 5000유로(약 666만원)를 썼다. 참가자 한 명은 이 콘퍼런스에서 당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유럽의회에 보고했다.

르펜 후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0년 넘게 지난 일이 대선 결선을 일주일 앞둔 현시점에 공개됐다는 것이다. 르펜 후보의 변호인은 관련 조사가 2016년 시작됐고, 지난해 3월 우편으로 서면 신문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검찰은 관련 보고서를 받고 조사 중이며, EU는 자금 회수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EU 관계자는 AFP에 "부당하게 사용된 61만7000유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수주 내에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자금 회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펜 후보의 EU 자금 전용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유럽의회 예산으로 자신의 경호원에게 4만1000유로(약 5500만원)를 지급했다가 OLAF의 조사를 받았다. 유럽의회는 OLAF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럽의회 예산으로 잘못 지급한 돈 전액을 반환하라고 르펜에게 명령했다. 르펜 후보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그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AFP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AFP
르펜 후보의 의혹으로 결선 경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우위가 굳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16일 실시된 입소스-소프라스테리아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55.5%, 르펜 후보의 지지율은 44.5%로 나타났다. 대선 1차 투표 직후에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2~6%포인트에 불과했다. 르펜 후보가 마크롱 대통령을 맹추격하는 모양새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24일 대선 결선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4번째 재선 대통령이 된다. 앞서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1959~1969년 재임), 좌파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1981~1995년 재임), 자크 시라크(1995~2007년 재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각각 10여년간 엘리제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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