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대선·금리·인플레…"5년마다 애닳아" 경제 사(死)중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2.03.2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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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뉴스1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검찰이 이러는 게 이제 상수(常數)인가 싶기도 하고 착잡합니다." (4대 그룹 계열사 A부사장)

"데자뷔(기시감) 같아요. 2017년 정권교체 때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미중갈등에, 금리인상까지 애가 닳았거든요. 올해도 딱 그렇습니다." (수출업체 B사 C대표)



기업들이 5년만에 다시 '사(死)중고'에 빠졌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밀어닥치는 외부 스트레스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고민은 사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권 교체를 한달여 앞두고 전방위로 확대된 검찰의 칼날은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들 뿐 아니라 평소 검찰과는 인연이 없던 기업들까지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담합,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불공정 거래 사건의 수사를 전담해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조사부를 최근 2개팀에서 3개 팀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전방위적인 기업 수사를 예고했다.



D기업 대관담당 E부장은 "검찰이 접는 것처럼 보였던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두고 갑자기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기업 수사통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해 검찰이 기업 사정 국면을 조성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F사 대관담당 G차장은 "검찰이 대선 정국에 대장동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는 비판을 덮고 자리를 보전하려고 '오버'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다음 타깃이 어딘지 알아보느라 지난주부터 주중, 주말, 구분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와의 관계 설정은 재계 전체가 당면한 현안이다. 윤 당선인이 대선 12일만에 주요 경제단체장을 만나면서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선거 국면에서 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뿐 아니라 기업 정책과 규제를 두고도 기업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윤 당선인이 노동이사제·공무원 타임오프제 도입에 찬성하는 등 노동계에 유화적인 입장을 보인 점도 재계의 고민을 키우는 대목이다.


H그룹 I부사장은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나름대로 인맥 네트워크를 돌리면서 대비했지만 결과가 확정된 뒤 본격적으로 실무를 준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새 정부가 표방하는 기업 정책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선에서 5년만의 정권 교체가 확정됐지만 입법권을 쥔 국회는 앞으로도 2년 동안 여소야대 정국으로 운영되는 만큼 기업들이 마냥 정부와의 소통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중견·중소기업 대열에선 금리인상에 따른 부실 경고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상장사의 36%에 달한다.

수년째 이어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정세 불안도 최근 기업들의 어려움을 키우는 스트레스로 꼽힌다. 미국의 중국 제재로 세계 최대 시장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대로 커진 데다 러시아 제재로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최근 시장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기업(응답기업 141개사)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0.1%가 유가가 150달러 이상일 경우 적자 전환한다고 답했다. 최근 유가 수준인 110달러에서 적자로 전환된다는 기업도 20%를 넘었다.

경제단체 한 인사는 "새 정부가 출범 직후 기업 정책에서 확실한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 피해 회복 지원이나 원자재값 상승·금리 인상 부담 같은 단기 리스크 경감책과 함께 매 정권 초마다 반복적으로 조성되는 불필요한 사정 정국 등 경영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는 고민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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