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정권이양 '존중과 배려'로 풀어야[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익태 정치부장 2022.03.2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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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은 윤석열, 이재명 후보 중 더 싫은 후보를 떨어뜨리는 투표였다.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혐오하는 후보의 반대편에 표를 던졌다. 강고했던 '정권교체' 선거 구도 속에서도 승패를 가른 건 근소한 수치, 0.73%포인트였다. 여느 대선과 같이 보수, 진보 진영 결집 속 승부를 가른 것은 중도층이었는데, 여론이 심상치 않다.

역대 당선인에 대한 국정운영 기대치는 이쯤 대통령 재임 기간을 포함해 최고치를 기록하곤 했다. 윤 당선인의 경우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물론 중도층 일부가 지지를 보냈다. 중도층의 경우 정권교체에 대한 '1차 욕구' 해소, 거기까지만 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지난 2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윤 당선인에 대한 국정운영 기대치가 55%에 그쳤다. 정권교체에 한 표를 던졌지만, 더 이상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논쟁적 이슈를 던지는 것은 정치인에게 있어 양날의 칼이다.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에 발을 담그려 하지 않는 게 정치인들의 속성이다. 윤 당선인은 이와 달리 후보 시절 반발이 커도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을 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어젠더 선점 후 이슈 파이팅'. 필요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어젠더에 대한 메시지가 제대로 준비됐는지, 어떤 어젠더를 우선 순위에 둘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석연치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협조로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은 물 건너 갔다. 청와대에 하루도 머물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도 확고하다. 높은 집무실 이전 반대 여론은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면 변할 수 있다. 당선인 측도 청와대가 개방되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민주주의에서는 절차가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당선인의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에 공감했던 것도 결국 '구중궁궐' 청와대와 국민 간 소통 문제 아니었나. 용산 이전도 여유를 갖고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다. 20년 집권론을 외쳤던 현 집권세력은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진영 논리에 함몰되고 이념에 치중하면서 적법 절차와 상식을 무시한 탓이다. 자칫 민심이반으로 가장 중요한 취임 1년을 고립의 길로 가며 국정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논쟁도 왜 이전해야 하는지가 돼야 했는데, 비용과 안보 공백으로 기울었다. 겸손함도 떨어졌다.

당선된 후 우선 수면 위로 올린 것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이었다.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코로나 국면 속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이 맨 위에 올랐어야 했다. 물론 손을 놓았던 것은 아니다. 이목을 끌 만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잇딴 세번의 패배는 있을 수 없다는 결기가 보인다. 승리는 곧 취임 한달 윤석열 정부의 위기.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40여 일 후 권력이 교체되면 모든 상황이 바뀐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런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무속'까지 끌어들이며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자신들조차 '불길한 터'를 언급하며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을 시도했던 게 불과 5년 전이다. '허니문'은 실종됐다.


집무실 이전에 대한 논쟁의 시기는 지났다. 민주당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새로운 대통령이 뭘 해보겠다는데 협조할 땐 해야 한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처지 아닌가. 무조건 반대는 합리적 반대조차 정략적으로 읽히게 한다. '알박기' 인사, 2차 추경까지 겹지며 신·구 권력 간 충돌이 증폭될 때, 늦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났다. 만찬에 약주가 빠지지 않았을 터. 흉금을 털어놓는 자리가 됐길 기대한다. 대통령과 당선인은 상호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평화적 정권 이양은 그때 가능해진다.
평화적 정권이양 '존중과 배려'로 풀어야[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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