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상식'요금과 '공정'연금[광화문]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22.03.24 03:30
글자크기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3.22/뉴스1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3.22/뉴스1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는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시장경제에 대한 약속이 시험대에 올랐다. 약속의 상대방은 시장과 시장참여자, 국민들로 첫 번째 고비는 전기요금 문제다.

지난해 말 정부와 한국전력은 유가와 석탄가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억눌러온 전기요금을 올해 4월, 10월에 인상한다고 했다. 예정대로 한전은 지난 21일 2분기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해야 했지만 전날 오후 전격 연기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조정(kWh당 3원 인상으로 추측)발표 일정을 미룬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인데다 언제 협의를 마무리 짓고 2분기 전기요금을 발표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선거 당시 '코로나19가 안정될때까지'라는 단서를 달면서 4월 전기요금 인상 전면 백지화를 내세운 바 있는 만큼 인수위가 제동을 걸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대선 직후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회피일뿐'이라는 공약배경과 '국민의 부담을 한 스푼 덜어드리겠다'는 구호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한전의 손실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몫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전기료를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요금 동결 등으로 악화될 한전의 재무구조와 적자가 심상치 않다는 것(전기요금이 동결되면 한전이 올해 약 16조원의 추가 손실을 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도 문제다. 이는 결국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져 원료비 상승 외에 또다른 전기요금 인상압력으로 작용한다. 요금 조정이 지연될 경우 완만해야 할 인상(또는 인하) 곡선이 계단식으로 변하는 악순환도 문제다. 한 스푼 덜어준 물방울이 결국 한 바가지 찬물로 쏟아질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21일 경제6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투자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밝힌만큼 공기업이자 상장사인 한전을 향한 약속이행이 어떻게 진행될지 눈여겨봐야 한다.

전기요금이 현재의 문제라면 미래세대와의 약속이 걸려있는 더 큰 문제도 있다. 두 번째 고비인 국민연금 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직속으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연금 등에 대해 모든 세대가 부담을 나눠 가지는 연금개혁안을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연금개혁 방식은 공개하지 않은 채 △세대 공평한 부담 △국민연금 가입자 노후소득 보장 △장기적 재정 안정화 등의 방향만 제시된 상태다. 현재대로라면 국민연금은 2055년이면 고갈돼 최악의 경우 1990년생 이후 출생한 이들은 연금을 받을 수 없어 '세대 착취'란 말까지 나온다. 집권 초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도 성공하기 힘든 것이 연금개혁이지만 선거 과정에서 20 ~ 30대 청년층의 목소리가 커졌고 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커진 만큼 새 정부는 이전 정부들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 치열한 설전이 오갔지만 후보들의 의견이 합쳐진 몇 안되는 순간이 있었다. 2월3일 대선주자간의 첫 번째 TV토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연금 개혁 공약이) 선거에 도움이 안 되니 말을 안 할 것인가"라고 묻자 윤 후보는 "연금 개혁은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안 후보는 "국민연금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고 (우리 네 명이) 공동 선언하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하자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약속하죠. 안 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한달여가 지나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당선인이 됐고 안철수 후보는 인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실상 답이 정해져 있는 해법은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대신 더 내고 덜 받는' 세대별 공평부담이지만 생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에 비유될 정도의 난제를 어떻게 설득해내느냐가 관건이다.

신구 권력 극한 충돌로 불려지는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가 있지만 인수위는 정부 각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24일은 연금개혁 문제가 걸려있는 보건복지부, 전기요금의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보고일이다. '공정과 상식' 윤석열 당선인의 약속이 수수께끼로 빠져들지, 힌트를 얻었을지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