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 윤석열-기업인 첫 만남은?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2022.03.2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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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국장이진우 국장


누가 대통령이 돼도 나라가 망할 것 같았다. 역대급 네거티브, 비호감 대선 국면에서 한 쪽 편의 말만 들으면 이 나라는 경제를 망치거나 안보를 해치고 미래도 없으며 결국 망국의 길로 접어든다. 김정은에게 나라를 바칠 수도, 검찰에 나라를 바칠 수도 있다. 우리 편이 되면 그렇지 않은데 상대편이 되면 혼돈의 세상이 온다고 한다.

그렇게 선거는 끝났고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그렇다고 공포에 떨어야 하는 세상은 아니다. 정말로 망국의 길로 향할까. 선거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거친 언사와 현실은 간극이 있다. 기왕 승패가 갈렸으니 벌써부터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다. 맡겼으니 지켜보면 된다. 잘하면 격려하고 못하면 선거를 통해 심판하고 바꾸면 된다.



싫다고 모든 걸 꼬아서 보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집권 여부가 밥줄인 사람들이야 공수를 주고받겠지만 대다수 국민과 이해당사자는 미묘한 긴장감 속에서 새 정부의 출범과 정책을 지켜본다. 기업인들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기업인을 업고 다니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업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기업을 경영하는데 불편함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계에선 윤 당선인이 취임 전후 기업인들을 언제 어떻게 만나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벌써부터 궁금한 눈치다. 과거 윤석열의 검찰을 떠올리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보수여당' 대통령 윤석열의 행보는 다를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처음으로 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했다. 취임 직후 미국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기업인과 현지에서 상견례를 했지만 국내 공식 회동은 당시가 처음이다. 회동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에 맞춰 '호프미팅'으로 시작하며 격식을 파괴한 자유로운 형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월 미국 순방길에 처음 대기업 총수들과 마주했다. 곧이어 8월에 청와대로 총수들을 초청했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하며 '창조경영'을 설파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앞세운 기업인 출신 이명박 대통령 역시 대기업 회장들과 여러 차례 회동는데 "기름값이 묘하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등의 속칭 '아는 척' 코멘트가 되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과 기업인들의 첫 회동 역시 그 시기나 방식, 내용 등에 역대급 관심이 쏠린다. 더구나 청와대를 떠나 용산에 대통령실을 만든다고 하니 만남의 장소나 방식이 훨씬 파격적일 수 있다. 당선인의 스타일이나 최근 '백반정치' 행보를 보면 '단골 노포 맛집에서 만나 소맥이나 막걸리를 마시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스타일의 회동이라도 기업인들은 당근과 채찍 모두를 생각하며 복잡하게 머리를 굴린다. 5년 전, 10년 전 대통령 취임 초 회동 때마다 가지고 간 '투자와 고용보따리'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경험적으로 달라진 분위기, 달라진 이벤트에 담길 5년의 메시지를 굳게 믿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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