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세권'이 뭐길래?…생활서비스 격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2.03.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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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적 '디바이어던(Diviathan)'<2>②지역 불균형과 '선택의 기회'

편집자주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 이상의 인구가 몰려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수도권은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비수도권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막고 있는 장애물로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는(Divide) 괴물(Leviathan)과 같은 존재들을 '디바이어던(Diviathan·Divide+Leviathan)'으로 규정하고 연속으로 짚어본다.

'쿠세권'이 뭐길래?…생활서비스 격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서울에 있는 한 청년 직장인의 삶을 따라가보자. 그는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대학을 다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에서 직장도 얻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집안일은 만만치 않은 숙제다.

청소는 앱으로 신청하면 '매니저'라고 부르는 도우미들이 해결해준다. 세탁물 역시 모바일로 요청하면 문 앞에서 수거와 배송까지 도맡아준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다음날 아침 집에서 간단하게 해결한 식사는 새벽배송을 이용할 생각이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 사는 청년들에겐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등 익일 택배 서비스는 보편화됐고, 새벽배송 시장도 커지고 있다. 홈클리닝, 비대면 세탁서비스는 만만치 않은 비용 탓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지방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새벽배송과 같은 물류서비스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의 혁신 생활서비스는 수도권과 광역시 위주로만 운영된다. 생활서비스의 격차는 지방 청년들의 정주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청년들이 몰린다, 서울로 서울로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15~34세)의 수도권 거주비율은 2019년 기준 52.7%다. 전체 연령대의 수도권 거주비율(50%)을 상회한다. 최근 20년 동안 159만명의 청년층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다는 통계도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구의 수도권 이동은 가속화하는 추세다.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은 복합적인 요인의 종합판이다. 우선 교육 문제다. 서울 소재 대학을 선호하는 문화는 갈수록 공고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한국교육개발원 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대학의 입학자 비율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2013년 42%에서 2020년 43.5%로 늘었다.

서울 소재 대학을 선호하는 것은 직장 문제와 연관된다. 블라인드 채용이 늘었지만 취업 시장에서 지방대 출신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청년 인재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4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소속회사 1742개 중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은 1290개(74.1%)다.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가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을 야기한다.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은 저출산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균형발전을 주요 화두로 끌어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 14일 "지방 청년들이 좋은 직장이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지역은 저출생 고령화가 심화되고, 수도권은 높은 집값으로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해 저출산이 심화된다"고 말했다.

'쿠세권'이 뭐길래?…생활서비스 격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불편=불행', 생활서비스 격차를 주목해야 한다

지방에서 어렵게 삶의 터전을 잡은 청년들은 생활서비스의 심각한 격차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감염병 상황으로 늘어난 새벽배송 등 비대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급속히 늘었지만 지방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전 국토의 84%에서 쿠팡 등의 새벽배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전환 가속화에 따라 2020년 2조5000억원 규모의 새벽배송 시장은 2023년 1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확대된 시장의 혜택이 지방에는 온전히 돌아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 입장에선 물류와 같은 생활서비스를 지방으로 전면 확대하는 게 부담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주민 밀집지역 위주로 서비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를 주도하는 쿠팡 외에는 신규투자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쿠팡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2019년부터 지금까지 약 2조원을 투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생활서비스 혜택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심지어 도서산간과 일부 오지는 같은 물류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제주도의 경우에도 쿠팡을 제외한 물류서비스는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한승철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도에서 연간 발생하는 물류 부분의 추가 배송비만 따져도 연간 1000억원 규모"라며 "추가 배송지의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실태조사를 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거나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곳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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