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와신상담[광화문]

머니투데이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2022.03.18 03:47
글자크기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안심소득 시범사업 설명을 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기준 중위소득 85%(소득 하위 약 33%) 이하면서 재산이 3억2600만원 이하인 800가구를 지원 집단으로 선정해 추진한다.  올해 1단계로 500명, 내년 2단계로 300명을 각각 선정할 계획이다. 시는 3년간 총 195억원을 안심소득 시범사업 참여가구에 지급한다.  지원 집단은 중위소득 85%와 가구소득간 차액의 절반을 3년간 지원받는다. 2022.2.22/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안심소득 시범사업 설명을 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기준 중위소득 85%(소득 하위 약 33%) 이하면서 재산이 3억2600만원 이하인 800가구를 지원 집단으로 선정해 추진한다. 올해 1단계로 500명, 내년 2단계로 300명을 각각 선정할 계획이다. 시는 3년간 총 195억원을 안심소득 시범사업 참여가구에 지급한다. 지원 집단은 중위소득 85%와 가구소득간 차액의 절반을 3년간 지원받는다. 2022.2.22/뉴스1


"오늘의 결정이 이 나라에 '지속가능한 복지'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데 한 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해도 더 이상 후회는 없습니다."

2011년 8월 21일. 당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흘 뒤인 24일 치러지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배수의 진을 쳤다. "인기영합주의의 '빠른 복지'가 아닌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바른 복지'의 시대로 나아갔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 그 한 가지 때문"이라는 평소 복지 철학을 강조하며 '대통령 선거 불출마 선언'에 이어 '시장직 사퇴'란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오 시장은 이날 "예측불허의 수많은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4~5차례 눈물을 보였고, 원고에도 없던 "저의 진실된 마음을 이렇게 보낸다"고 끝을 맺은 뒤 무릎을 꿇고 한참 고개를 숙인 채 있기도 했다. 소속 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굳이 운명을 건 '도박'을 할 필요가 없다며 강력하게 반대한데다 잇따라 부정적으로 나온 여론조사 결과 등이 부담이 됐지만, 시장직을 걸지 않으면 개표가 가능한 투표율 33.3%를 넘길 수 없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25.7%에 그쳤다. 투표함을 열지 못하면서 "대한민국의 복지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오 시장의 승부수도 멈췄다. 그는 "즉각 사퇴가 국민의 뜻"이라며 무상급식 투표가 실시된지 이틀만에 시장직을 내려놨다. 그러면서 "어려운 분부터 보듬어가는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같은 액수의 복지혜택을 모든 계층에게 현금 분배식으로 나눠주는 복지를 추구하는 한 어려운 분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다리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그렇게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질 줄 알았던 오 시장은 지난해 치러진 '4·7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이로 승리하며 10년만에 다시 최초의 3선 서울시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취임 5개월여만에 '세계 5대 도시' 도약을 목표로 내건 서울의 미래 10년 마스터플랜을 내놨다. 여기엔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접었던 선별복지 철학을 구현할 대안도 담았다. 어려운 가구를 선별해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소득보장제도인 '서울형 시민안심소득'이 그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부정적인 입장 때문에 관련 예산 확보에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오세훈표 안심소득은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5년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안심소득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50%(소득 하위 약 33%) 이하면서 재산이 3억2600만원 이하인 800가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 가구는 월소득 97만2406원, 4인 가구는 256만540원 이하인 가구가 대상이다. 이들 가구는 중위소득 85%와 가구소득간 차액 절반을 3년간 지원받는다. 예컨데 소득이 없는 1인 가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85%(165만3090원)에서 가구소득(0원)을 뺀 금액의 절반인 82만6550원을 매달 받게 된다. 오 시장은 "어려울수록 많이 지원한다는 것은 11년 전에도 그랬고, 저의 굳건한 복지철학"이라며 "당장 뭔가를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대상이 된 가구들의 근로 의욕과 라이프스타일 등을 각 분야 전문가들과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으로 (실험) 결과를 복지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오 시장의 안심소득 정책실험도 오는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당선돼야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10여년간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자고 쓸개를 씹어 먹으면서 준비한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해법'이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서울을 넘어 세계의 복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달라는 그의 진심이 이번엔 통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오세훈의 와신상담[광화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