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메타버스 경제란 무엇인가

머니투데이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벤처창업학회장 2022.03.1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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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교수전성민 가천대 교수


메타버스는 핫한 유행어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꾸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메타버스에 대한 서적이 출간되고 특강도 많이 열리지만 메타버스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게임계의 거물이자 오큘러스의 CTO를 역임한 존 카맥은 메타버스에 대한 현재의 접근방법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메타버스는 기존 여러 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연 PC게이머 잡지의 칼럼처럼 '메타버스는 헛소리'(The metaverse is bullshit)일까.

메타버스가 기존 인터넷과 다른 점은 메타버스에서는 이용자를 투영하는 아바타가 이용자의 성격, 책임, 의무, 권리를 대리한다는 것이다. 즉, 나를 대리하는 아바타를 보면서 아바타에 나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이다. 본캐(메인 캐릭터)가 있고 부캐(서브 캐릭터)도 있을 정도로 멀티 페르소나를 갖는다는 점에서 프리랜서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긱이코노미'(Gig Economy) 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1990년대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2000년대에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도 인기를 끌었으나 게임과 달리 달성한 미션이나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가상세계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 만족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로블록스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흥행에 성공하면서 메타버스 경제의 잠재성은 비로소 그 가치가 인정되기 시작했다. 로블록스 이용자들은 본인이 직접 만든 게임을 올리는 데 가치를 둔다.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 무려 1000만명에 달하고 5000만개에 이르는 게임이 만들어졌다.

네이버의 제페토 역시 글로벌 이용자가 3억명을 돌파하는 등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한다. 제페토 아바타로 만든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무려 7200만뷰를 기록했고 제페토에서 이뤄진 팬사인회는 8일간 3000만명을 돌파했다. MZ세대의 관심이 집중되자 구찌, 나이키, 컨버스, 디즈니 등 명품브랜드들도 제페토에 입점해 수익을 창출한다.



미시간대학의 C K 프라할라드 교수는 재화나 서비스의 소비에 대한 고객 사용가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급자 및 소비자가 함께 전반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세스를 가치공동창출(Value co-creation)로 정의했다. 메타버스 경제에서 서비스 공급자는 소비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로 작동하게 된다.

팬데믹 시대에 비대면 라이프에 익숙한 젊은 이용자 중심으로 메타버스는 생활의 연장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자연스럽고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여진다. 메타버스 내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결제, NFT(대체불가토근)가 결합하면서 메타버스 캐릭터를 치장하거나 가상 아이템을 사고파는 수준을 넘어 음원이나 그림 같은 지식재산권, 가상의 부동산 등 자산투자 시장도 빠르게 성장한다.

많은 기성세대 사람이 로블록스나 제페토를 써보고 아이들 게임 같다며 실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블룸버그와 PWC 조사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2024년 923조원, 2030년 18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메타버스 경제의 핵심은 이용자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연간 20조원의 유튜브 경제도 영상 크리에이터들이 보상받는 생태계를 구축한 이후 빠르게 성장한 점을 기억해 본다면 젊은 세대가 몰입감을 가지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메타버스는 더 큰 잠재력을 지녔다고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메타버스 시장이 이제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에 정부가 게임법을 적용해 메타버스 내 수많은 게임에 등급분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우선정책을 적용하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메타버스산업에 대한 경제 규모 추정 및 산업 연관분석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신산업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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