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박사' 우크라 청년의 호소 "기술강국 한국이 도울 일은..."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03.0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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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파블로 비덴코 KAIST 박사후연구원
"러시아 침공 반신반의…한국도 전쟁 경계해야"

파블로 비덴코 박사(31)는 2015년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현재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파블로 비덴코 박사(31)는 2015년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현재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지난 2014년 파블로 비덴코(당시 23세)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시위(유로마이단) 한복판에 있었다. 유럽과의 경제협력을 파기한 당시 친러시아 성향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대통령은 결국 탄핵됐지만, 그 사이 친러주의자들은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비덴코는 이듬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사회 운동만으로는 국력 신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과학기술 역량의 발전에 조력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지난 7일 만난 비덴코 카이스트(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후연구원의 심경은 복잡했다. 8년 전 반러시아 시위가 한국 유학의 계기가 됐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만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부모는 러시아가 침공한 '원전 도시' 자포리자에 살고 있어 근심이 더 컸다. 그는 "지금도 전쟁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비덴코 박사는 "9층짜리 아파트에 살던 부모님이 최근 지하 벙커에 피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부모님과 몇 차례 통화를 했지만 통신이 원활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전쟁 전략은 통신을 마비시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술강국 한국, 우크라 위해 러 제재 더 나서달라"
그의 지인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각지에는 열흘 넘도록 러시아의 폭격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필사항전' 여론이 뜨겁다. 남성 대다수가 전투에 나섰고, 여성들은 전투에서 부상 당할 병사들을 위해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비덴코 박사는 이 같은 우크라이나 시민의 항전 의지를 전하며 "한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비덴코 박사는 "현재 서방 국가들이 경제 제재에 나섰고 러시아로 향하는 자금줄이 막혔다"면서 "러시아는 한국에 반도체 뿐만 아니라 여러 기술을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제재가 이어지면 러시아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한국도 우크라이나처럼 사회주의 국가에 인접한 자유진영의 일원인 만큼,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비덴코 박사는 "우크라이나도 푸틴이 서방의 제재를 감수하고 정말 침공할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했다"며 "한국도 주변에 중국·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있는 만큼, 당장의 위험은 낮지만 '가능성 없다'고 낙관하진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의 국가들과 연대하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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