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때문에 망할 판"…러시아 재벌들 자산 100조원 증발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03.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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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경제 제재·루블화 가치 폭락에 재산 절반 사라지기도

프랑스가 압류한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 소유 요트/사진=AFP프랑스가 압류한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 소유 요트/사진=AFP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 부호들의 자산이 100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가 갈수록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어 러시아 재벌들이 받게 될 압박도 더욱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CNBC는 3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를 인용해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후 러시아 최상위 부자 20명의 자산 800억달러(약 97조원)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들의 총자산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재산 절반이 날아가버린 재벌도 있다. 볼가그룹의 겐타디 팀첸코는 자산이 220억달러(약 26조6000억원)에서 110억달러(약 13조3000억원)로 반토막 나면서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스회사 노바텍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오니드 미켈스는 자산이 325억달러(39조4000억원)에서 220억달러로 줄었다. 러시아 광산 재벌 알렉세이 모르다쇼프는 자산 56억달러(약 6조8000억원)를 날렸다.

러시아 부호들의 자산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향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경제 제재와 압류 조처를 시행하고 있고, 그 영향으로 루블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CNBC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전 세계를 누볐던 러시아 부호들의 시대의 종말을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날도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재벌을 제재 대상에 올려 돈줄을 더욱 죄기로 했다. 백악관은 러시아 신흥 재벌 '올리가리히' 19명과 그 가족 47명,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켰다. 올리가르히는 소련 체제 붕괴 후 러시아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특권 계층으로, '철강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메탈로인베스트 공동 창업자 등이 포함돼 있다.

우스마노프는 EU의 제재 리스트에도 올라 있다. 독일은 최근 우스마노프의 초호화 요트를 함부르크의 한 조선소에서 압류했다. 우스마노프는 이 요트를 2016년 약 6억달러(약 7270억원)를 주고 사들였다. 프랑스도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회장 이고르 세친의 요트를 압류했다. 이 요트는 1억1600만달러(약 1405억원)를 호가한다.

전망도 암울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부호들의 고통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줄줄이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국가부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서방 제재 확대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졌다며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8단계 하향 조정했다. S&P를 포함해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불리는 피치와 무디스도 같은 날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단계 낮추며 '투기' 등급을 매겼다.


S&P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조처가 부과된 데 따른 것"이라며 서방의 경제 제재와 러시아 당국이 루블화 가치 보호를 위해 도입한 자본통제 등의 조처가 국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러시아의 추가 신용등급 하향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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