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기업도 "투자처가 사라졌다"…은행 요구불예금 17조↑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2.03.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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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기업도 "투자처가 사라졌다"…은행 요구불예금 17조↑


은행으로 돈이 돌아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이유로 대표적인 투자처인 주식시장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갈 곳 잃은 대기 자금이 은행에 쌓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이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은행에 시중자금이 쌓이는 '역머니무브'가 가속화할 수 있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2월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717조654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말과 비교해 17조3254억원 늘어난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 성격이 짙다.



지난달 주식·코인, 부동산 등 자산시장 조정 국면이 지속되자 은행으로 돈이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주 요인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러시아의 침공 전후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증시가 휘청거렸다"며 "주식 투자 자금을 빼 은행에 맡기고 향후 투자 재개 시점을 관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자 기업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MMDA(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를 늘렸다. 5대 은행의 MMDA 증가분은 7조2516억원에 이른다. MMDA는 요구불예금 중 하나로,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보다 금리가 높지만 예치금 규모가 커야 금리 매력도가 올라가 주로 기업이 가입한다. 기업들은 주로 거래 대금을 MMDA로 묶어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러시아발 무역위험, 금융위험 때문에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매우 심화해 기업들이 자산을 현금화한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으로 환율이 급등했는데, 기업 입장에선 달러를 원화로 바꿔 MMDA에 자금을 예탁하기 좋은 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향후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더 몰릴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대부분 국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4일 기준금리를 연 1.25%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기준금리가 1.75~2%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유동성이 억제되는데 증시엔 악재가 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통상 은행 예·적금 수요도 증가한다. 지난해 한은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은행들도 일제히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5대 은행의 2월말 기준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말 대비 10조6943억원 늘어났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은행 산업을 전망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시중금리 상승은 (은행) 예금의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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