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1000가구가 넘는 대형 사업의 경우 보통 2~3년 전부터 사전작업을 시작하는데, 이럴 경우 다른 경쟁사들이 경쟁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워한다"며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면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이미 불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이 없으면 2차례 유찰된 뒤 수의계약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조합에서도 경쟁 없는 수의계약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도급 순위가 낮은 업체를 들러리로 세우는 경우가 나타나는 이유"라고 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없는 경우 사업 추진비가 보통 매출의 0.5% 정도인데, 경쟁하면 무조건 두배가 돼 2%가 된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 4%가 되니 출혈경쟁을 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대단지임에도 경쟁없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는 사례들이 잇따른다. GS건설은 올해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1441가구)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마천4구역 재개발(1372가구) 시공권을 경쟁사 없이 수주했다.
중소형 업체들에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무조건 비판 어려워"중소·중견 건설사가 '들러리'로 나서는 데 무조건 비판만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은 이미 시공능력 상위 5위 대형 건설사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은 상위권 브랜드, 더 나아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짙어졌다. 체구가 작은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와 아예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중소형 업체들의 정비사업 수주 환경이 좋지 않으니 들러리를 서주고, 나중에 다른 사업은 확보하는 방향으로 생존전략을 짜는 것"이라며 "대형사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중소형사도 살아남을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무조건 들러리로 판단하기도 어렵다"며 "2년 전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 호반건설이 출사표를 던지며 이름을 알렸던 것처럼, 자신의 능력과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