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의 남쪽 끝자락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이 경계는 대기업들의 '남방한계선'이다. 기업들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남방한계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청년들도 이 선 위쪽에 있는 기업만 선호한다.
실제로 기업들 사이에선 '기흥라인(경기도)'을 남방한계선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의 용인 기흥캠퍼스를 기준에 두고서다. 머니투데이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본사 위치를 전수조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1742개 대기업 소속회사 중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은 908개(52.1%)다. 경기 327개(18.8%), 인천 55개(3.2%)를 포함할 경우 수도권에 위치한 대기업 소속회사의 비율은 74.1%다. 비수도권 중에선 충남(3.8%), 경북(2.9%), 전남(2.4%) 순으로 대기업 소속회사가 많았다.
특히 국토의 남단, 심지어 제주에도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까지 감안할 때 평균 위도를 경계로 북쪽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몰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업들의 남방한계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집중적으로 몰린 곳은 서울 강남이다. 서울 강남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 소속회사는 237개다. 서초구(76개), 송파구(32개)까지 포함하면 서울 '강남 3구'에 위치한 대기업 계열사만 345개다. 서울 강남이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거리, 부동산 문제의 상징적 역할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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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대기업 본사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강남역을 중심으로 각 회사들까지 직선거리를 산출했다. 강남역에서 1742개 회사들까지의 평균 직선거리는 65.4km다. 이는 강남에서 경기 화성·평택 정도까지의 거리다. 서울에 있는 회사로만 한정할 경우 강남역에서 평균 거리가 7.2km에 불과하다.
울산과 포항을 대표하는 현대중공업 (133,600원 ▼2,600 -1.91%), 포스코(POSCO (403,500원 ▲4,500 +1.13%))는 각각 39.4%의 소속회사가 수도권에 있다. 포스코의 경우 최근 신설하는 지주회사의 본사를 서울에 설치하려고 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다시 포항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하림 (3,070원 ▼15 -0.49%) 역시 45.5%의 소속회사가 수도권에 있다.
대기업들의 수도권 집중은 일반 기업과 비교해서도 심각하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417만6549개의 모든 사업체 중 수도권의 비율은 47.03%다. 2009년 관련 비율은 46.84%였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들의 주요한 원인이 일자리와 학업인데,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통상 수도권에 일자리를 잡는다"며 "이런 인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기업들은 가능한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동숙 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 부연구위원은 "정부도 기업의 지방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혜택을 주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이라며 "최근 일과 휴가를 합한 '워케이션'(workcation) 개념도 나오고 있는데, 본사를 꼭 한 곳에 둘 게 아니라 분산하는 방향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그동안 대기업집단을 대표하는 회사의 본사 위치는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많이 거론됐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을 대표하는 회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가령 카카오의 본사는 제주지만, 사실상 경기도 판교가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분석대상을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전체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리스트는 공정위가 지난해 5월 지정한 4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기준으로 했다. 이후 편입과 제외 등 변동이 있었지만 지정 당시 소속회사(1742개)를 분석대상으로 잡았다.
대기업 소속회사의 본사 주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기준으로 확인했다. 전자공시시스템 상으로도 주소가 잘못 기재된 곳이 있었기 때문에 대조와 보정 과정을 거쳤다. 각 회사의 본사 주소는 공간적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위·경도로 변환했다. 위·경도를 토대로 기준점과의 직선거리 등도 파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