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불똥'...러시아 슈퍼리치 자산 40조 '증발'

(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파견을 지시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슈퍼리치들의 재산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엘리트층을 대상으로 고강도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러시아 슈퍼리치들은 비상이 걸렸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500대 부자들의 명단인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에서 러시아 슈퍼리치들의 재산이 올들어 330억 달러(약 39조4000억원)나 감소했다.

이 명단에 오른 23명의 러시아 억만장자들의 순자산은 21일 기준 3420억 달러(408조원)로, 지난해 말 3750억 달러(447조4000억원) 대비 330억 달러 감소했다.

세계 부자순위 105위에 오른 제나디 팀체코(69)는 올들어 재산의 약 3분의1이 사라지면서 재산이 감소한 러시아 억만장자 1위를 기록했다. 소련군 장교의 아들로서, 1990년대 초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친구가 된 팀체코는 러시아 가스 생산업체 노바텍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노바텍 주주인 레오니드 미켈슨(51위)의 재산도 올해 들어 64억 달러(7조6400억원)나 폭락했다. 루크오일의 바기트 알렉페로프 회장(75위)의 순자산도 주가 폭락으로 같은 기간 약 35억 달러(4조2000억원) 감소했다.

(로이터=뉴스1) =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친(親)러시아 반군이 통제하는 동부 도네츠크에 러시아군 탱크가 진입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결성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자국군에 이 지역 진입을 명령했다. (C) 로이터=뉴스1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이 세운 자칭 독립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과 주권을 인정한 뒤, 양측 합의를 배경으로 러시아군의 진입을 명령했다.

이에 독일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 스트림 2' 가스관 사업을 중단키로 했고, 영국은 러시아 은행 5곳과 부유층 3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영국의 개인 제재 리스트에는 팀체코를 비롯해 가스파이프라인 기업 스토이가즈몬타즈를 통해 부를 축적한 보리스 로텐버그(65)와 그의 조카 이고르(48)가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의 유도 스파링 파트너 중 한 명이었던 아르카디는 이고르의 아버지로, 2019년 가스 파이프라인 회사를 약 13억 달러에 매각했다. 그는 5년 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문제로 팀체코와 남매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됐을 때, 동생 보리스로부터 소수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이날 미국은 러시아 대형 금융기관 2곳에 대해 '완전 차단'을, 그리고 러시아 부채에 대해선 '포괄적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는 미국이 러시아를 서방 금융으로부터 차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러시아는 더 이상 서방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며,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도 새로운 부채 거래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 지도층과 그 가족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측근들도 러시아 국민들이 받게 될 재정적 타격의 고통에서 피하지 못하도록 고안된 제재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