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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로빈후드' 무리였나...줌인터넷 '바닐라' 접는다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2.02.18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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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증권/사진제공=KB증권




KB증권과 이스트소프트 자회사 줌인터넷이 '한국형 로빈후드'를 목표로 만든 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MTS) '바닐라(vanilla)' 앱이 출시 1년도 안돼 주요 서비스를 중단한다. 지난해 6월 토스증권의 간편한 MTS 대항마로 꼽혔던 바닐라는 이용자 수가 저조하자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바닐라는 오는 28일 오후 2시부터 구매 및 판매기능(예약포함), KB증권 비대면 계좌 개설 및 신규 회원가입 기능 등을 중지한다고 공지했다. 증권 거래 MTS의 구매 및 판매 기능을 닫는다는건 사실상 서비스 종료를 의미한다.

전날 바닐라측에선 이용 고객들에게 "바닐라 앱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다시 "서비스 일부 중지"라고 정정 안내문을 보냈다. 바닐라 앱에서는 현재 "더 나은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신규 회원 가입과 거래 관련 서비스 기능 중 일부가 중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지 일자만 나와있을뿐 재개 일자는 공지하지 않았다. KB증권 내부에서는 줌인터넷이 나서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바닐라 앱에 투자하지 않기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닐라 앱은 누구나 쉽게 쇼핑을 하듯 주식거래를 할 수 있도록 기존 MTS와 차별화된 주식투자 경험을 제공하고자 만들었다. 2020년 9월 KB증권은 줌인터넷과 함께 '프로젝트바닐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핀테크 사업에 진출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김우승 전 줌인터넷 대표 등이 직접 나서 계약 체결식을 진행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토스, 카카오페이에서 신사업을 이끌던 구대모씨를 합작사 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당시 줌인터넷과 KB증권이 손잡고 핀테크 사업에 진출한단 소식이 발표된 이후 이틀간 줌인터넷 (5,500원 ▲160 +3.00%)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형 로빈후드' 같은 간편투자 핀테크 서비스가 시작된단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덕분이다.

이후 9개월간의 개발끝에 지난해 6월 '바닐라'가 베일을 벗었다. 당시 토스증권, 삼성증권 'O2(오늘의 투자)' 등 증권업계에서 주린이(주식+어린이)를 잡기 위해 쉽고 간편한 MTS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던 시기였다.

토스증권 등은 초반 화끈한 마케팅 등을 통해 신규 계좌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갔지만 바닐라 앱은 8개월도 채 안 돼 주요 서비스 중단에 나섰다. KB증권 관계자는 "생각보다 실적이 안나오다보니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줌인터넷이 프로젝트바닐라를 설립할 당시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프로젝트바닐라에는 초기 자본금 50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줌인터넷이 25억5000만원, KB증권이 24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KB증권과 줌인터넷은 예상보다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데 반해 투입 비용은 늘어나자 서비스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줌인터넷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젝트바닐라의 최근사업연도 총자산은 44억4600만원 당기순손익 6억2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에 가벼운 MTS 열풍이 불었지만 투자자를 계속 머물게 하고 신규 투자자를 유입할만한 요인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플랫폼 단순화가 다양한 정보를 두루 살펴야 하는 주식투자 특성상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기존 바닐라앱 투자자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이후부터 연동계좌에 대한 예수금 입·출금 및 보유 주식 매매 등은 KB증권 마블(M-able) MTS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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