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다른데…" 유럽에 가스 보내자는 美에 난감한 韓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2.02.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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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안내판에 여행 금지지역 문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13일 0시(현지시간 12일 오후 5시)부로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이 임박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금지'를 뜻하는 여행경보 4단계(흑색경보)를 긴급 발령했다. /사진=뉴스113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안내판에 여행 금지지역 문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13일 0시(현지시간 12일 오후 5시)부로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이 임박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금지'를 뜻하는 여행경보 4단계(흑색경보)를 긴급 발령했다. /사진=뉴스1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 사이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유럽의 LNG(액화천연가스) 수급을 도와달라는 미국의 요청도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조하며 유럽에 LNG 여유분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일본과 달리 LNG 수입량 대부분을 내수용으로 쓰는 우리나라는 겨울철 난방수요에 대응하기도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외교당국을 통해 들어온 미국의 LNG 공급 지원 요청에 대해 국내 수요 대응을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회신했다.



올해 연초를 전후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우려가 커지자, 미국 등 서방국가는 군사 경계선에 병력을 전진배치하고 추가 경제 제재를 검토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정부들의 우크라이나 내 대사관과 자국민 철수 권고도 이어졌다.

유럽 국가들은 현재 가스 수요량의 40%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가 경제 제재에 반발해 LNG 가스관을 차단할 경우 동절기 난방철 LNG가격이 급등하는 가스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러시아의 'LNG 무기화' 가능성을 고려해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동맹국에 유럽에 대한 LNG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스 스와프(맞교환)'는 천연가스 수입국으로 들어오는 선박 일정을 국가 간 협의 하에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LNG 물량을 일시적으로 유럽으로 돌리고 수급이 진정되면 유럽에 갈 물량으로 받는 개념이다.

산업부 측은 이에 대해 "국내 역시 난방용 수요 증가와 LNG 가격 상승으로 수급에 비상이 걸려있는 상태"라며 "유럽에 대한 LNG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통상 우리나라는 9일치 LNG 재고를 확보하고 난방이나 전력 수요 등에 대응해 물량을 조절한다는 설명이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무조건 원유를 비축하는 전략비축유 개념과 달리 LNG는 평소 재고 수준을 관리하는 탓에 해외 지원 물량을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유럽에 대한 LNG 지원 방침을 밝힌 일본과도 사정이 다르다. LNG 거래 대부분을 한국가스공사가 맡아 내수용 위주로 LNG를 구입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민간에서 LNG를 사들인다. 일본 민간 기업은 내수용 LNG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비쌀 때 되파는 '트레이딩' 물량도 거래한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유럽에 대한 LNG 공급 방침을 밝힌 것은 이 트레이딩 물량을 유럽 쪽에 공급할 수 있도록 우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LNG 재고관리는 여유분을 쌓아두는 개념이 아니라 재고를 살펴보면서 국내 수요에 부족하지 않고 LNG 구매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난방철 수요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갑자기 유럽을 위한 지원 물량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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