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그룹 초대 회장으로 독립 경영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구자홍→구자열→구자은 현 LS그룹 회장'으로 이어지는 사촌형제간 회장직 이양의 전통을 세우면서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잦은 국내 재계에서 손꼽히는 모범 사례도 남겼다.
구태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LS그룹 초대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삼남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2014년 별세)과 구평회 E1 명예회장 장남인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차남 구자용 E1 회장, 삼남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외아들인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이 공동 경영하는 체제다.
부사장 시절까지 포함하면 LG전자 CEO(최고경영자)로 10년여 동안 재직하면서 당시 시대를 앞서가는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사내외에서 '디지털 CEO'로 통했다.

재벌 오너 일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탈하고 끈질긴 면모를 지녔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LS니꼬동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한 뒤에도 사원, 대리, 과장 등 젊은 직원과 격의없이 호프 미팅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캐주얼 데이'를 운영하는 등 소통의 리더십을 보였다.
반도상사 시절 홍콩 지사장 부장을 거쳐 럭키금성상사 싱가폴지사 본부장을 지내 현지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이해도가 높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및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도 탄탄했다.
구 회장은 생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재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차세대 인재는 금수저, 흙수저 여부는 물론 장애, 비장애 등의 요인도 중요하지 않고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일에 대한 열정, 사회를 향한 헌신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 계열 분리 당시부터 사촌들의 연합으로 LS그룹을 키워왔다는 자부심이 남다르고 승계 원칙에서도 철저한 사촌경영을 정도로 삼아 잡음 없는 리더십 교체를 이끌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미국 유학 시절 평범한 가정 출신의 지순혜 여사와 만나 연애결혼한 일화도 유명하다. 한쪽 귀 청력이 다소 불편한 지 여사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보여주며 결혼에 골인했고 결혼 이후 장애인 예술가 등 지원에 나서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8월에만 해도 공개석상에서 정정한 모습을 보여 별세 소식이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지 여사와 장녀 구나윤 지오피 갤러리 대표, 아들 구본웅 마음그룹 대표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