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파문과 여의도 포퓰리즘[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익태 정치부장 2022.02.1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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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프랑스의 쿠베르탱에 의해 그리스 아테네에서 부활한 근대 올림픽. 목적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 것이었다. 올림픽 정신이다.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는 의미였다. 초창기 낭만은 사라졌다. 스포츠는 국가의 위대함을 대중에게 인식시켜 줄 수 있는 중요한 선전 도구가 됐다. 올림픽 만한 게 없었다. 성적이 곧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수단이 됐다. 올림픽은 그렇게 20세기 냉전 시대의 산물로 변질 됐다.

2000년대 들어서며 스포츠는 고도로 산업화 됐다. 천문학적 금액이 오간다. 선수들만 착용 가능했던 스포츠 용품들을 대중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즐기는 문화 생활로 자리 잡았다. 반면 다양한 종목을 기반으로 한 올림픽의 위상은 갈 수록 약화 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유럽 축구클럽 대항전, 단일 종목의 인기가 올림픽을 압도한다. 매주 접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에 시청자들은 열정을 뿜어내며 환호한다. 국경을 넘어 팬심이 일상화됐다. 애국심을 뛰어 넘는다. 국가의 막대한 재정 투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올림픽. 개최국은 세계 주요 국가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대회 후 대규모 적자 사태도 발생한다. 그 '저주'에 신음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중화민족이 멸시와 괴롭힘을 당하던 시대는 끝났다" 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은 지난해 7월 1일 시진핑이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1949년 10월 광장에 모인 인파를 내려보며 포효했던 모택동을 모방했던 걸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시진핑은 이를 21차례나 외쳤다. 2012년 권좌에 오르며 주창했던 '중국몽(中國夢)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쉽게 말해 5000년 유구한 문명으로 세계를 지배했지만, 1840년 아편전쟁 후 반식민지로 전락해 치욕을 겪었다는 얘기다. 위대했던 시대로 되돌아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주변국들과 상호 선린을 포기하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과 일전도 불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과 맞물리며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체제 선전의 장이 되고 있다. 국가주의를 통치와 선동의 기반으로 삼는 중국. 어찌 보면 이번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은 예견된 것이었다. 심판의 문제지만, 국제 스포츠계는 뒷배에 중국이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는다.



2002년 전 국민이 분노했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에 김동성은 금메달을 빼앗겼다. 이번 논란에 대응하는 걸 보면 한 선수가 아니라 선수단, 나아가 국가 자체가 오노가 된 듯 하다. 한 마디로 '후지다'. 그간 자행됐던 중국의 '문화공정'까지 더해져 분노하지 않는 국민이 없다. 당연하다. 분노해야 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절차를 따져 강력 항의하고 국제적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짓을 저지르며 세계의 중심을 외치는 중국을 가볍게 비웃어 주면 될 일 아닐까.

문제는 여의도다.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갈수록 확산 되고 있는 국민들의 '혐중국 정서'에 영합, 표를 얻으려 한다. 영해 침범 중국 어선을 두고 격침 운운하는 이재명 후보는 너무 나갔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불공정이 일상이 되고, 매일 중국 올림픽 보는 심정일 것"이라는 여당 의원 주장도 뜬금없다. 문재인 정권의 과도했던 '친중 외교'를 강하게 비판할 순 있다. 하지만 '굴종 외교'로 얕보여 선수들이 피해를 봤다는 국민의힘 주장 역시 맥락 없다. 합리적 인과 관계를 들이밀 수 있나. 2020년 4월 '죽창가'를 외치며 민족 감정을 선동, 반일 프레임으로 총선 승리를 꾀했던 민주당의 행태와 뭐가 다른가. 단기적 정치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국익을 고려하는 전략적 사고와 판단을 하자. 제발 오버들 하지 말자.
쇼트트랙 파문과 여의도 포퓰리즘[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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