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건너뛰고 '2조클럽' 금호석화, 52년 만에 역대급 실적의 비결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02.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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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건너뛰고 '2조클럽' 금호석화, 52년 만에 역대급 실적의 비결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가 창립 52년 만에 사상최대 실적을 썼다. 영업이익 1조원도 건너뛴 채 곧바로 '2조클럽'으로 직행했다. 전 사업부문 고루 실적이 좋았는데 특히 라텍스와 에폭시가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10년 만에 신기록.···페놀유도체 한 개 사업부문이 영업이익 1조원 '기염'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4.3% 늘어난 2조4068억원이라고 10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5.9% 늘어난 8조4618억원이다.



이같은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모두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사상 최대치다. 2011년 당시 기록은 매출액 6조4574억원, 영업이익 8390억원이었다.

지난해 금호석화는 매 분기마다 한 해 영업이익에 버금가는 수 천 억원대 이익을 내면서 연중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을 이미 예고했다.



금호석화 실적은 크게 △합성고무 △합성수지 △페놀유도체 등 세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합성고무 부문 매출액은 3조532억원, 영업이익은 9250억원을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 내내 실적효자 노릇을 한 NB(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가 속한 사업부문이기도 하다.

NB라텍스란 천연고무를 대신해 만들어진 제품인데 얇으면서도 잘 찢어지지 않고 열에도 강한 특성이 있다. 방역, 의료용 장갑으로 쓰이면서 팬데믹 기간 큰 폭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NB라텍스 말고도 금호석화 주력제품인 타이어용 합성고무도 전방산업 호조에 따라 상반기 견조한 실적 흐름을 보였다.

ABS(고부가합성수지)·PS(폴리스티렌) 등이 포함된 합성수지 부문 지난해 매출액은 1조8297억원, 영업이익은 3117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는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감소했는데 전방산업인 가전, 완구 등이 비수기 시즌 진입한 것 등이 영향을 줬다.

BPA(비스페롤A) 및 에폭시를 중심으로 한 페놀유도체 부문 연간 매출액은 2조6173억원, 영업이익은 1조87억원이다.

특히 페놀유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38.6%에 달해 전체 세 부문 중에서도 수익성이 가장 높았다. 금호석화 내 한 사업 부문이 1조원 넘게 이익을 낸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페놀유도체는 벤젠과 프로필렌 등을 원료로 한 석유화학제품으로 도료, 용해제 등 산업 제품 원료로 두루 쓰인다. 지난해 건설, 조선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도료 수요가 큰 폭 늘어난 것이 호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선제적 투자 혜안 빛 발해···올해 시황은 녹록치 않아
금호석화가 역대급 실적을 쓴 것은 수 년 전 선제적으로 단행한 투자 덕분이다.

특히 금호석화가 2018년 NB라텍스 울산 공장 증설을 결정했던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증설을 마치자마자 팬데믹이 엄습, 전세계적으로 라텍스 장갑 수요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현재 금호석화의 NB라텍스 연간 생산능력은 약 71만톤으로 글로벌 1위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6월 NB라텍스 24만톤 증설을 위한 26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 2023년 말 증설 완료시 생산능력을 총 95만톤 확보키로 했다. 초격차 투자로 NB라텍스 1위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페놀유도체 사업에도 선구안이 적용됐다. 금호석유화학은 페놀유도체 시황 약진이 예상되던 2018년, 페놀유도체 전문기업 금호피앤비화학을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당초 금호피앤비화학은 신일본제철화학, 아시아나항공, 금호석화 등이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였다.

에폭시수지 역시 현재 증설이 진행중이다. 현재 기준 금호석화의 에폭시 생산능력은 21만8000톤으로 올해 1분기 중 6만톤, 2023년 3분기 중 6만5000톤에 대한 증설이 완료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석유화학업계 시황은 지난해 기고효과에 비춰볼 때 녹록치 않다.

우선 NB라텍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글로벌 공급사간 증설 경쟁 및 공급 확대 등에 따른 장갑 판매가격 하락세로 올해 1분기에는 시장가격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타이어용 범용 고무는 견조한 수요를 이어가는 한편 부타디엔도 국내 감산 및 미국 수출의 지속 영향으로 가격은 전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금호석화 측은 "올해 1분기 합성수지는 전방산업 수요 감소 및 중국 시장 가격 하락으로 주요 제품의 가격 약세가 예상된다"며 "페놀유도체의 경우 전분기 대비 BPA 스프레드 축소 및 에폭시 시장 가격 조정으로 인해 수익성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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