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을 안 찍었다면? 술만 마시고 살았겠죠"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2.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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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 아카이브]4-④ MZ세대 바디프로필 경험자들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 아카이브'는 인터뷰 전문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실내체육시설. 2022.1.3/뉴스1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실내체육시설. 2022.1.3/뉴스1


찐터뷰 '바디프로필을 찍은 사람들' 편을 준비하면서 10명의 경험자들을 인터뷰했다. 9명의 MZ세대들, 그리고 50대의 나이에 바디프로필에 도전했던 방송인 홍석천씨.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대면, 서면, 통화 인터뷰를 섞어 하는 동안 '긍정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서면 인터뷰에서도 그런 에너지가 컴퓨터 화면을 뚫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취재 내용을 '잘 버려야' 좋은 기사가 나오는 법인데, 그게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멘트들이 많이 나왔다.



총 3편의 기사를 통해 △바디프로필을 찍는 이유와 얻을 수 있는 것 △바디프로필 촬영의 맹점 △그럼에도 바디프로필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화한 라이프 스타일을 순서대로 보여주려 했다.

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을 사진으로 남기고픈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식단조절 등 바디프로필 준비는 혹독하고, 그 자체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상승했고, 성취감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단지 사진 한 장만 남는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보다 운동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된 사실을 강조하며 '남의 시선이 아닌, 내 몸에 맞는 수준의 바디프로필 촬영'을 권장했다.

삶에 대한 긍정 에너지가 느껴지는 MZ세대 9명과의 인터뷰 '편집' 내용을 아래처럼 소개한다. '찐터뷰 아카이브'는 원래 인터뷰 전문을 소개하는 코너이지만, 인터뷰이들이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협조를 해줘서 전문을 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름은 모두 가명을 썼다. 홍석천씨와의 인터뷰 전문은 다음주 '방송인 홍석천 편' 이후 소개할 예정이다.

김성현(37세, 남) 지난해 9월 촬영
- 바디프로필을 찍은 계기는.


▷여자친구와 함게 찍었다. 나에게는 운동이 취미를 넘어선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다. 그 정도로 일상적이다. 주짓수만 5년 정도 했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삶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운동과 몸을 담아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남기는 바디프로필은 남다른 경험이라고 여겨졌고, 도전하게 됐다.

- 운동을 즐겨하는 분이니, 주변에 바디프로필 찍은 사람들이 많을 거 같다.

▷주짓수 체육관에서는 동료 남자 3명이 '우정 바디프로필' 형식으로 같이 찍더라. 회사 동료 중에는 두 아이 가진 40대 아버지도 찍었다. 복근 좀 나올 정도의 수준에서, 청바지만 입고, 아이 두 명을 안고 촬영했더라. 인상깊었다. 운동이 메인이 아니라 '가족'을 메인으로 삼아 바디프로필을 찍은 것이다.

- 본인이 찍어보니 어땠나.

▷지루하더라. 무기력해지더라. 먹지를 못하니까 힘이 안 나고, 그러니 강도 낮은 운동을 늘리게 된다. 바디프로필은 굉장히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찍는 것이다. 그 상태의 몸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체지방률 10%대에서 촬영했다. 5~7%로 찍는 게 정석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건강을 상해가면서, 스포츠적인 퍼포먼스를 떨어뜨리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또 독특한 경험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 표정 등 연기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나. 그게 잘 맞는다면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요령도 생기고, 의상 고민도 해보고, 그런 준비 과정들이 재밌고 즐거웠다.

- 바디프로필 찍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3개월만에, 6개월만에 각종 미디어에 나오는 것과 같은 결과물을 원한다면 매우 힘들수 있다. 부작용만 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의 결과물을, 자신의 몸으로 남긴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추천할 만하다. 무조건 체지방 10% 이하 이런 공식이 아니라, 내가 즐기는 운동을, 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을, 나의 몸을 당당하게 사진으로 포착하여 남긴다는 의미로써 바디프로필이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바디프로필 찍고 주변에서 긍정적 반응만 하진 않았을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든 그런 사람들은 있는 게 아닌가. 냉소적인 사람들은 뭘 하든, 어디에서나 냉소적이다. 차 한 대를 사도 '그 가격이면 다른 거 살 건데' 이런 사람들. 내 스스로가 판단해서, 자원과 시간을 쏟고, 노력하는 것인데,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한혜영(29세, 여). 2019년부터 매년 1회씩 촬영.
- 바디프로필을 찍은 계기는.

▷다이어트를 하다가 트레이너에게 권유를 받았다. 한 번 남겨보는 것도 의미가 깊겠다는 생각이 들어 촬영하게 됐다.

- 원래 운동을 열심히 했나.

▷촬영 전에는 주 2~3회 정도 필라테스, 요가 등을 했다. 촬영을 결심한 후 운동의 강도가 강해지고 빈도도 늘었다. 준비할 때는 거의 주 6일 운동을 했다. 지금은 주 4-5회 가량 헬스를 하고 있다. 주말에는 등산이나 러닝을 한다.

- 찍어보니 어땠나.

▷거울 속 모습이 바뀌고, 칭찬도 자주 받게 되다보니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 가장 크게 남은 건 운동습관이다. 퇴근 후 술자리를 가는 것이 아니면 딱히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거의 매일 운동을 간다. 운동이 자연스럽게 취미가 됐다. 몸무게는 (촬영 당시보다) 늘었더라도 전체적인 체형과 몸선은 이전이랑 다르게 더 좋아진 편이다.

- 주변에 추천할 수 있나.

▷처음에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해야지!'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누구나 찍을 수 있고, 찍어보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일상에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다.

◇이유나(38세, 여). 2021년 7월 촬영.
- 바디프로필을 찍은 계기는.

▷별 동기까지는 없었다. 내가 약골이었다. 운동의 습관화를 위해 인스타그램에 운동기록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알고리즘에 의해 바디프로필 사진들이 추천에 뜨더라. 자연히 관심이 갔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체육시설 모습. 2021.10.31/뉴스1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체육시설 모습. 2021.10.31/뉴스1
- 찍어보니 어땠나.

▷바디프로필은 사실 몸에 안 좋다. 바디프로필을 찍을 때는 영양에 불균형이 갈 정도로 식단을 제한한다. 피부와 근육이 딱 붙어지게 만든다. 촬영 24시간 전에 물을 아예 못 마시게 한다.

- 후유증이 오나.

▷여성들 중에는 생리가 끊기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의 경우에는 체중을 3kg 정도 밖에 안 빼서인지 요요현상이 오진 않았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찍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남에게 보여주기라 아니라, 내가 이 정도까지 내 몸을 끌어올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도면 될 것 같다.

- 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바뀌었나.

▷너무 멋있던 몸을 잃기 싫어서 운동 강박증이 생기더라. 이전에는 필라테스 포함해 주 2~3회 정도 운동을 했다. 지금은 필라테스 주 2회, 복싱 주 2회, 주말 이틀 동안 등산을 한다. 하루 정도는 헬스장에 간다. 내가 움직여야 생기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재미있는 운동을 찾아 나서게 됐다. 그래서 복싱까지 하게 됐다.

- 바디프로필 문화의 맹점이 있다면.

▷미의 관점에 왜곡이 생기는 것 같다. 몸은 내가 생활하기 건강한 게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근육이 예쁜게 우선시 된다. 미의 관점이 잘못 서지는 게 아닐까. 외모 품평하듯 몸매 품평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는 듯 하다.

백다윤(29세, 여). 2020년 7월 촬영.
- 바디프로필을 찍은 계기는.

▷지인이 바디프로필을 찍었다며 인스타에 업로드를 했더라. 너무 안 예쁘더라. 복근 모양도 없고 그냥 숨을 참고 찍은 마른 몸 같이 보였다. '아, 이 정도면 나도 하겠다' 싶었다. 사실 그 지인을 별로 안 좋아했다. '얘를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 원래 운동을 했었나.

▷헬스장 기부천사였다.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 4회 이상을 술을 마실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 운동을 정말 귀찮게 생각했고, 하기 싫어했다.

- 해보니 어땠나.

▷식단관리를 할 때 다양한 종류의 야채들을 섭취했다. 엄청난 편식러였는데, 지금은 야채가 없어서 못 먹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원래 한 번 술을 마시면 아침까지 먹고 집에 들어가는 스타일이었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신다. 또 내가 운동에 빠질 줄 몰랐다. 지금은 운동을 가지 않으면 몸이 쑤시는 상태가 됐다. 그동안은 일반적인 웨이트를 진행했었는데, 지금은 '파워리프팅'이라는 운동을 하고 있어다. 무게 드는 것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더 재밌다.

- 후유증은 없었나.

▷무월경이 힘들었다. 산부인과에도 가서 유도제 주사도 맞았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산부인과 예약을 다시 잡아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지금도 무월경인 상태다. 촬영 후 폭식도 해 살이 20kg 이상 쪘다. 거의 주3회 이상 단당류를 먹고, 맵고 짠 것들 먹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니, 힘들게 살을 뺐는데 저런 걸 어떻게 먹어?'라며 폭식증에 걸린 사람들을 비웃었었는데, 자만했다. 이후 극단적인 식단이 아닌, 평일엔 식단을 유지하되 주말에는 먹고 싶은 것을 먹는 패턴으로 변경했다. 지금은 감량 중이다.

-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내 인생은 바디프로필을 준비하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다. 찍지 않았다면, 지금도 술만 마시면서 지냈을 것이다.

박여빈(28세, 여). 2020년 9월 촬영.
- 바디프로필을 찍은 계기는.

▷내 직업이 운동 관련 프리랜서다. 명함에 넣으면 좋겠다 싶어서 도전했다.

- 찍어보니 어땠나.

▷라인들을 살리기 위해 촬영일이 다가올수록 물도 안 먹고 닭가슴살만 먹었다. 몸에는 좋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저혈당이 와서 어지럽고 많이 예민해졌었다.

- 느낀점이 있다면.

▷정말 내 자신 스스로가 긍정적이어야 한다.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식단조절, 운동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나 자신과 수천, 수만 번 싸우게 되더라. 그러니 꼭 자기자신의 변화되는 모습을 사랑할 수 있을 때, 변화가 더디더라도 나 자신을 응원할 수 있을 때, 도전했으면 좋겠다.

- 선정적인 바디프로필 사진도 많은 것 같다.

▷한 번쯤은 살면서 그런 과감한 표현을 할 수 있잖나. 언제 어디서 나 자신을 그렇게 과감하게 드러내겠나. '너무 선정적이다', '야하다' 이런 생각보단 저 사람이 정말 미친듯이 노력해서 이런 기록을 남겨볼 수 있었다는 것, 그 부분을 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유상운(29세, 남). 2020년 7월 촬영.
- 바디프로필을 찍은 동기는.

▷평소 헬스를 즐겨했다. 몸을 만든다라는 개념보단 술을 마시며 그나마 건강을 챙겨보자 하며 운동을 해왔다. 바디프로필은 나이가 더 먹기전에 해보고 싶었다. 나중에 더욱 바빠지면 도전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아 남겨보고 싶었다.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부산 부산진구의 한 헬스장. 2021.1.11/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부산 부산진구의 한 헬스장. 2021.1.11/뉴스1
- 해보니 어땠나.

▷몸에 피하지방이 줄어들어 끝난 뒤에도 찍기 전과 후의 몸 라인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 당연히 외관이 변하니 자존감이 더욱 올라갔다. 운동에 대한 열망과 욕심이 더욱 생긴 것 같다.

- 바디프로필 찍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주변에서 바디프로필을 찍고자 물어본다면,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사람이라면 추천할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하게 하지 않던 사람이 무작정 찍고 싶다고 한다면 1~2년 정도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고 도전해보라고 전해주고 싶다.

- 바디프로필 촬영 문화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게 나쁜 건지 모르겠다. 오늘이 가장 젊고 아름다울 때다. 그것을 기록하고자 하는 모습이 잘못된 건가. 그런 식으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조차 안 해본 사람인 것 같다.

서이선(32세, 여). 2021년 9월 촬영.
- 바디프로필을 찍은 계기는.

▷우연치 않게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운동이 재밌어지더라. 달라지는 몸을 보면서 '그냥 한 번 찍어볼까?' 해서 찍었다. 내가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 원래 운동을 즐겨했나.

▷아니다. '운동 싫어싫어' 인간이었다. 운동이라곤 출퇴근 할 때 걷는 게 다였다. 운동을 할 시간에 친구 한 번 더 만나고, 술 한 잔 더 마시는 게 좋았다.

- 바디프로필 촬영을 해보니 어땠나.

▷내 삶을 찾았다. 휴학 한 번 없이 9학기를 다니면서 바로 취업했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 인정욕도 있다. 하루 10~12시간씩 워커홀릭처럼 일만 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서 일 외에 내 일상, 내 몸,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도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됐다. 워라밸도 찾았다. 친구들이 내가 워라밸을 찾은 게 신기하다 하더라. 바디프로필 준비할 때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요즘만큼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했었다.

- 촬영 후 몸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촬영 준비할 땐 PT 포함 주 5~6일 정도, 한 시간씩 운동을 했었다. 지금은 특별한 일 없으면 주 2회 PT + 주 4회 헬스장 개인운동을 나가고 있다. 이 중 3~4일 정도는 아침에 따로 유산소도 하고 있다. 운동이 재미있어서 운동 빈도와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 바디프로필 촬영 문화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건강미를 강조하는 사진들을 남기는 사람들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바디프로필 촬영 후 건강과 운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늘어나니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본다. 마른 몸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낮은 체지방률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개인에게 맞는 건강한 몸을 찾고, 그 몸을 찾는 과정을 남기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

임영주(35세, 여). 2022년 2월 촬영예정.
- 바디프로필을 찍게 된 동기는.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내 몸을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을지 결과를 보고 싶었다.

- 해보니 어떤가.

▷나날이 변해가는 몸매 라인과 선명해지는 근육결들을 확인하며 제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지만 원초적인 욕구들을 통제하며 쉼없이 노력하면 결과는 따라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 가장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식단을 조절하다 보니 몸에 에너지가 부족했다. 무기력함으로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감정 조절이 잘 안 되고 많이 예민했다. 이유 없는 우울 또는 화를 자주 견뎌야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버티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서울 마포구의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2021.6.11/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서울 마포구의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2021.6.11/뉴스1
- 주변에 추천할 수 있나.

▷극단적인 목표 설정을 하거나 본인의 몸에 대한 왜곡이 심한 분이라면 정신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으니 말리고 싶다.

박수정(37세, 여). 2021년 5월 촬영.
- 바디프로필을 찍은 동기는.
▷만으로 35세 꽉 채워서 뭔가 반환점을 돌기 전에 내 인생 전반기의 기록을 남겨보면 좋겠단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만 35세 되는 생일 직전으로 날짜를 잡아서 의미부여를 했다.

- 해보니 어땠나.
▷그냥 인생의 한 점을 찍은 느낌이랄까. 준비하는 과정 자체는 스스로와 늘 대화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내 자신과 진짜 많이 싸웠다. 매일매일 내 자신과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칭찬도 했다가 혼자 굉장히 다이나믹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라는 인간이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내 몸과 정신을 대해야 하는지 등을 알게 해줬다. 나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 가장 힘든 건 무엇이었나.
▷단연코 식단조절이다. 진짜 너무 힘들었다. 바디프로필은 아무래도 체지방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데 맞춰져 있잖나. 원하는 속도만큼 체지방이 줄어들지 않으면, 더 조바심이 나서 계획한 양보다 적게 먹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면 결국 폭식 아닌 폭식을 하게 되는 날이 오더라. 그럴 때 오는 자괴감이 제일 힘들었다. 나는 왜 식욕을 이기지 못하는 인간인가 했다. 7일 남겨놓고 짜파게티 끓여 먹었다가 울면서 싸이클 탔던 게 생각난다.

- 촬영 후 몸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운동강박이 살짝 생겼었다. 바디프로필 준비할 때 출근 전 공복 유산소(약 40분), 퇴근 후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1시간 이상), 유산소(1시간) 루틴을 거의 3개월 동안 주 6일 이상 했다. 그런데 이거보다 운동량을 늘리는 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바디프로필 찍고 몇 달을 고군분투하다가 그냥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했다. 지금은 오히려 아침 공복유산소를 쉬고 있다. 체력이 너무 달리는 평일이나, 주말 하루쯤은 꼭 운동 생각 없이 푹 쉬고 있다. 무리하지 않는 적정선을 찾아서 내 몸이 여기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운동량의 70~80% 선에서 속도조절을 하는 게 올해 목표다. 평생 할 취미가 운동인데 운동이 부담스러운 게 되어버리면 안 된다.

- 바디프로필 찍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그 몸은 유지할 수 없는 몸이다. 정말 이건 꼭 강조해서 말해주고 싶다. 유지하려는 강박을 꼭 버려야 한다. 바디프로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운동을 전혀 안 해봤는데, 3개월 바짝 해서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한다면 하지 말라고 말릴 것이다. 만일 무슨 운동이든 꾸준히 즐기는 습관이 된 사람이 '나도 찍어볼까?'라고 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그 사람한텐 바디프로필은 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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