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냐?"…월 1300만원 라이더 등장에 술렁, 동료들 반응은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홍재영 기자, 양윤우 기자 2022.01.2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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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료연쇄인상]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월 1300만원이요? 많이 버는 라이더는 실제로 그만큼 벌어요."

최근 화제가 된 '배달라이더 월 1300만원 인증글'을 두고 전업 라이더 A씨(30)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소위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로 불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해 6월부터 배달의민족(배민) 전업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월수익 890만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 평균 5시간,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7시간 정도 일해서 월 평균 세후 700만~800만원 가량 받는다"며 "어제도 일당 34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본래 취업준비생이었던 그는 앞으로도 라이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A씨는 "중견기업에서 월 300만원을 받던 지인도 퇴사한 뒤 같이 라이더를 하고 있다"며 "일하는 것에 따라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라이더로 일할 것"이라 덧붙였다.

'월 1300만원?'...라이더들 "가능은 하지만 '소수'"
/사진제공=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캡쳐/사진제공=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캡쳐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와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비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한 배달라이더가 '월 수입 1300만원'을 올렸다는 인증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료 인상 후 서울 라이더 수입'이란 인증글이 게시됐다. 서울 강남구 역삼, 논현동 인근에서 활동하는 배달원으로 추정되는 게시자는 지난 20일 배달건수 총 48건, 이동거리 86㎞에 배달료 합계 40만4400원이 찍힌 인증샷을 올렸다. 특히 지난달 12월18일부터 이번달 17일까지 일한 그는 총 금액 1304만5371원을 벌었다.

물론 이같은 고수익 라이더는 많지 않다. 서울 송파구에서 부업으로 배달을 하는 박모씨(31)는 "나를 포함해 주변 라이더 월 평균 수익은 300만~400만원 선"이라며 "1300만원을 받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매달 고수익을 버는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로 콜 단가 차이가 큰데 송파구는 배달 기사가 많아 단가가 높지 않아 저 정도는 불가능하다"며 "인증자는 배달 수요가 높은 강남이란 지역적 특성이 덕분일 것"이라 했다.

라이더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들은 1시간에 배달건수 3~4건을 잡는다. 콜 단가는 일반적으로 약 3500~7000원 선이다. 주문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는 약 6000~1만3000원까지 오른다. 박씨는 "'점피'(점심 피크) '저피'(저녁피크)만 일하면 보통 하루에 10만원 중후반대를 번다"고 했다.

쿠팡이츠 배달라이더 3년 차인 김모씨(37)는 "배달 건수가 극단적으로 많으면 1300만원도 가능은 하다"면서도 "배달주문 특성상 비수기와 성수기가 극명하게 갈려 배달수요가 몰릴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라이더들은 저정도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말했다.

'위험 부담' 높은 라이더…오르는 '배달료' 두고 원성도 잇따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노동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노동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라이더 특성상 고수익을 올려도 공제되는 금액이 많고 감수해야 할 위험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씨는 "라이더는 매출에서 오토바이 보험료, 주유비 등 빠지는 금액이 많다"며 "사고라도 한번 나면 그동안 번 걸 모두 날릴 수도 있어서 위험 부담이 크고 장기간 일하기 어렵다"고 했다.

2년 차 배민라이더인 이모씨(45)는 '안전 배달'을 지향해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지선과 신호를 잘 지키는 라이더는 그만큼 수익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극단적으로 높은 수익이 나오는 사람은 그만큼 신호 위반도 잦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배달업계가 도입한 '단건 배달' 시스템으로 라이더가 부족해지면서 배달료가 올라 그만큼 고수익을 버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두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씨는 "배달 단가가 오르면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과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손해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단가가 오르면 라이더 수익도 오르긴 하지만 그것으로 '1300만원'이란 고수익을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건 배달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리해서 라이딩하는 이들이 늘었다"며 "본래 한 업소에서 여러 배달 건수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었지만 단건 배달 도입으로 그만큼 시간에 쫓겨 배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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