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 30% 청년에 준다는 이재명, "무주택 4050 분노는?"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2.01.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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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사진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2.1.2/뉴스1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사진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2.1.2/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총 311만 가구의 주택공급 공약을 내놓으면서 39세 이하 청년에 신규 물량의 30%를 배정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청약정책에서 소외된 2030 '청포족'에 대해 청약 문턱을 대폭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청년들에게 30%의 기회를 주려면 무주택 기간이 긴 4050 세대의 알반분양 물량을 축소하거나 다자녀·노부모 특별공급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로섬'이란 우려도 나온다.

영끌·패닉바잉 사라지나...2030 청포족에 청약물량 30% 주겠다고 약속한 이재명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가 무주택 청년의 내집마련 기회 보장을 위한 공약으로 '신규 공급 물량의 30% 청년 우선 배정' 을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성세대의 책임으로 어려운 처지에 처한 청년들을 위해 신규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만큼 공급물량 30%를 무주택 청년들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약대로 청년에 청약 우선 기회를 주려면 현행 주택 청약제도의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다. 자녀가 없거나 청약 가점이 낮은 청년들은 그간 아파트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았다. 이 때문에 '영끌'을 해서라도 기존 부동산 시장에서 '패닉바잉'에 나선 것이다. 주택구입 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은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이같은 2030 세대의 패닉바잉은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을 끌어 올리는 주요인이기도 했다.

청년 30% 우선 배정을 위해서는 2가지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첫째는 4050 세대에게 유리한 일반청약 물량을 지금보다 줄이는 것이고 둘째는 특별공급 물량을 조정해 청년 대상 특공을 신설하거나 기존의 신혼부부, 생애최초 물량을 '리모델링' 하는 것이다. 현재 청약제도는 공공분양과 민간분양으로 나눠지고 이 각각은 다시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으로 구분이 된다. 예컨대 민간분양은 특공과 일반분양이 각각 63대 37, 공공분양은 85대15로 돼 있다.



가뜩이나 줄어든 일반분양서 청년 몫 떼어내면 4050 반발 우려.. 생초·신혼 특공 리모델링으로 연착륙 가능할듯
일반분양 물량의 경우 무주택 기간이 길고 결혼을 해 자녀가 많은 4050 세대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반분양 물량을 줄여 청년에 배정하는 방법이 우선 검토될 수는 있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일반분양 전체 물량이 크게 줄어다는 점이 문제다. 이미 배정 물량이 많이 줄어든 일반분양에서 다시 일부를 청년에게 떼 줄 경우 4050 세대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 청년에게 '표'를 더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렇게 되면 40대 이상의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게 딜레마다.

현실적으론 특공 물량을 리모델링 하는 방법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특공은 신혼부부, 생애최초, 다자녀, 노부모 봉양, 기관추천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신혼부부와 생애최초에서 만 39세 이하 청년이 청약 '도전' 가능하지만 이 역시도 결혼을 했거나 부양 가족이 많거나 소득 수준이 낮아야 당첨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1인 가구와 무자녀 신혼부부에 청약 기회를 넓히기 위해 지난해 청약 제도를 일부 손질해 30% 추첨제를 첫 도입하긴 했지만 청년 물량이 그렇다고 대폭 늘어난 것은 아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수가 많으며 청약통장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사람 위주로 청약 당첨 기회를 꾸준히 높여왔다"며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청약시장에서 소외가 돼 구축시장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에게 30%의 기회를 주기 위해선 세대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 축소보다는 특공 물량 중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물량을 리모델링해 비중을 늘려가는 식으로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연착륙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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