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산다는 카카오페이…"고점에 팔고 저점에 사냐" 등돌린 여론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2.01.2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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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산다는 카카오페이…"고점에 팔고 저점에 사냐" 등돌린 여론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임원진 8명이 지난 20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는 시세차익을 본 만큼 다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했다. 최근 '스톡옵션 먹튀논란'으로 주가가 절반 가까이 곤두박질치자, 주주와 고객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주주와 고객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업에서 경영진들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류 대표와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CFO),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CBO)이 우선 물러나기로 했다. 나머지 임원진 5명의 거취는 새로 구성될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카카오페이는 신뢰 회복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0일의 주식 매도다. 상장한 지 40여일 만에 류 대표와 신 대표 내정자를 포함한 임원진 8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9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코스피 상장사 중 가장 짧은 기간에, 그것도 다수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주식을 내다 판 초유의 사고를 친 것이다. 당장 주가가 곤두박칠쳤다. 지난달 10일 20만원이던 주가는 지난 20일 12만6500원까지 하락했다가 21일 14만5000원으로 되올랐다.

시민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임원들의 남아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카카오페이를 이끌 신 대표 내정자도 물러나라고 했다. 참여연대도 먹튀논란 관련 임원진들을 이사회에서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상황이 반전되지 않자 류 대표와 신 대표 내정자를 포함한 임원진이 지난 20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신 대표 내정자의 경우 차익을 본 금액만큼 다시 주식을 사들일 것이며, 선임될 경우 임기 동안 이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매수 시기와 방법은 신뢰 회복을 위한 협의체에서 결정된다.

금융업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먹튀논란은 카카오페이의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오랫 동안 쌓은 것을 하루 아침에 날려 버렸고 만회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걸"이라고 말했다. 고객과 주주들 역시 냉담하다. 특히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기사에 댓글들은 "고점에 매도하더니 저점에 매수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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