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탓 오히려 처우 악화" 파업반대 택배기사, 하루 400명씩 늘었다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2.01.21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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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비노조 택배기사 연합회/사진제공=비노조 택배기사 연합회


택배노조의 강경 파업을 반대하는 택배기사들의 모임 '전국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회'의 규모가 날로 커진다. 수십명 수준이었던 연합회는 택배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자 하루 최대 400명씩 늘며 그 규모가 노조 수준까지 커졌다. 연합회는 오는 주말 서울에서 평화 집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20일 연합회에 따르면 이 단체의 활동 기반이 되는 네이버 밴드 회원수가 2500명을 돌파했다. 연합회는 지난해 9월 몇몇 친분있는 비노조 택배기사들로 이뤄져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택배파업이 장기화되며 지난 11일부터 회원 모집을 시작해 하루 300~400명씩 회원이 빠르게 늘었다.



'택배노조는 모든 택배기사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게 연합회 주장이다.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지부(택배노조)의 조합원 수는 2000여명 수준인데 전체 CJ대한통운 택배기사 2만명의 1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연합회를 발족한 김슬기씨(32)는 CJ대한통운 수원경기지사 우만대리점 서브터미널에서 근무하고 있는 택배기사다. 현장 기사들의 권익을 위하지 않는 노조에 반발해 연합회를 구성하고 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지난해 9월 연합회를 만들었지만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다가 지난주 화요일(11일)에서부터 회원을 모집했는데 많게는 하루 400명씩 늘었다"며 "짧은 기간에 3년간 모아온 노조 이상의 인원이 모인 건 노조가 그만큼 현장 택배기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자발적으로 모인 비노조 택배기사들…"택배노조 때문에 기사들 처우가 오히려 악화"
/사진제공=비노조 택배기사 연합회/사진제공=비노조 택배기사 연합회
연합회는 택배노조에 반발해 생긴 단체인만큼 조직 성격도 정반대다. 집행부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네이버 밴드를 통해 직접 소통한다. 김씨가 연합회를 만들긴 했으나 회장 같은 직함이 있지도 않다.

"우리는 파업하지 않습니다" 같은 문구를 담은 현수막도 연합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해 자신의 택배 차량에 부착한다. 연합회 밴드에는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회 글귀가 들어간 마스크나 현수막·스티커 등을 공동 제작·구매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파업을 반대하는 CJ대한통운 대리점 연합회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이 둘은 전혀 무관한 단체라는 설명이다.


택배노조가 생긴 후에 오히려 근무 환경이 나빠졌다는 게 연합회를 대표하는 김씨 주장이다. 김씨는 입장문을 통해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기에 영업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었다"며 "노조가 있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일을 해왔다. 각자 역량에 맞춰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은 많이 하고 적게 벌고 싶은 사람은 적게 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택배노조가 생긴 후에 '과로사다, 노동력 착취다'라며 노동시간에 제한이 생겼다"며 "한정된 시간 안에 수백개의 택배를 배달하려면 끼니도 걸러가며 배달을 할 수 밖에 없다. 택배노조 때문에 기사들 처우가 도리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택배노조가 주장한 것과 반대로 일선에서는 근무 제한이 오히려 기사들 업무를 과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비노조 택배기사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오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연합회는 코로나19(COVID-19)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집회를 진행하기 위해 백신접종 여부와 구체적 참가 인원을 추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청와대 앞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결의대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2022.01.17.[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청와대 앞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결의대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2022.01.17.
택배업계에 따르면 파업이 장기화돼 하루 평균 20만~40만건의 택배 배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CJ대한통운, 대리점, 노조 모두 협상을 거부하고 있어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는 중이다.

설 대목을 앞두고 한진·우체국·롯데택배 노조 등도 파업지역의 계약 소포접수를 중단하거나 부분 제한하면서 물류대란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계속된다면 (물류 병목 상태도) 현상 유지가 될 것"이라며 "물류대란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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