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로 '국민정서법' 극심…산재 예방 본질 잃지 말아야"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2.01.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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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주최 중대재해 예방 포럼 "법 여전히 모호해 현장서 혼란" 지적

[광주=뉴시스] 권창회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8일째인 18일 오후 붕괴 구역 인근에 수색드론이 수색하고 있다. 2022.01.18.[광주=뉴시스] 권창회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8일째인 18일 오후 붕괴 구역 인근에 수색드론이 수색하고 있다. 2022.01.18.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최한 중대재해 예방 포럼에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여전히 모호해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미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로 '건설사의 면허를 취소하자'는 등 국민정서법이 중처법보다 더 심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국가가 산재 예방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경총에 따르면 이날 개최된 제2차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포럼 토론에서 조선·건설·기계부품 제조업계는 중처법 의미가 불분명해 현장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력사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를 포괄적으로 해석·적용해 불법파견 충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정부 해설서에도 이 부분은 명확히 설명이 안돼있다는 비판이다. 협력사 관리감독자에 대한 평가까지 원청에서 부담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평가해야 하는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혼란스럽다"며 "사업과 관계없는 환경미화·경비·식당 영역에 원청이 안전보건업무를 관여하면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못해 현장 안전보건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사회여론이나 국민감정에 의해 무리한 원청 수사 및 처벌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무혐의가 확정돼도 기소되면 대응과정에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덧붙였다.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 업계에서는 여러 전문가 등을 통해 대응방안 나오고 있으나 상당 내용은 수박 겉핥기식에 그쳐 실무부서 대응에 어려움이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예산 관련 기준마련이 매우 어렵고, 중처법상 예산집행에 대한 적정 심의기준이 무엇인지도 고민스럽다"며 "가령 현업부서에서 깊은 고민없이 안전투자비 책정해서 지급을 요청하면 경우에 따라 다 지급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텐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곤혹스럽다"고 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이미 중처법은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자조적 반응도 나왔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건설안전 관련 법으로 충분히 책임과 처벌을 물을 수 있는데 여론이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형사처벌에 집중되고, 정부 부처는 아예 면허취소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는 회사가 망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산재예방이라는 본질로 가는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법 체계나 구조 때문인지 본말이 전도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 현장에서도 (사고 이후로) 안전업무 부서에 더 많은 요구가 집중되고 사내에서 타 부서에 책임 넘기기식 발언이나 업무회피 현상도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중대법 제정 이후 사업장의 안전보건시스템 강화를 위한 가이드북과 매뉴얼 등 다양한 자료를 개발하여 사업장에 보급하는 등 기업의 법 준수 대응을 적극 지원했으나, 아직도 많은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정부당국의 법 집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사업장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겠다"며 "포럼에서 제기된 법률상 문제점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보완입법을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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