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업계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새벽 경북 경주시 남산동에서 충전 중이던 한국GM 쉐보레의 대표 전기차 볼트 EV(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11일 저녁에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2020년식)에서 불이 나 전소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코나 일렉트릭과 볼트 EV는 유사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에 들어간 차량들이다.
소방청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한 국내 자동차 화재건수는 총 4416건(승용차·화물차·승합차·버스·건설기계 등 포함)에 달했다. 하루 평균 13.2건이 발생한 것이다. 단순 건수로 보면 현대차(1763건)·기아(723건)와 한국GM(273건), 르노삼성자동차(126건), 쌍용차(108건) 등 국내 완성차 5사와 BMW(93건), 메르세데스-벤츠(84건), 볼보(82건)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볼보측은 승용차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화재 발생 빈도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통계엔 현행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화물·승합차와 건설기계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볼보 뒤를 이어선 재규어(1만대당 4.72대)와 혼다(1만대당 3.83대)가 전체 2·3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를 많이 판매하는 브랜드일수록 화재건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누적 판매량 대비 화재 건수로 비교해야 공정하고 정확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 보급대수에 비해 소방청의 대응 장비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전기차 화재 진압 시 필요한 특수 소화수조가 전국에 2대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전기차 화재 대응 매뉴얼을 보완하고, 관련 장비 확보와 실질적인 화재 진압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