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서 커피 시켰는데 진짜 로봇이 갖다준다…네이버의 신세계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차현아 기자 2022.0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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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진격의 제페토...거침없는 글로벌확장(下)

편집자주 네이버가 만든 아시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올해는 북미아시아법인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글로벌 대표자리를 노린다. 제페토의 성공요인과 네이버가 이끄는 K메타버스 저력을 살펴본다.

제페토는 시작일뿐?..새로운 K-메타버스 속속 몰려온다
아크버스 / 사진=네이버아크버스 / 사진=네이버


네이버의 메타버스 전략은 '투트랙'(Two-track)이다. 제페토가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라면 아크버스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가상세계다. 이처럼 메타버스 시장에서는 저마다의 플랫폼을 안착하기 위해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이다.

7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안에 오픈하는 제2 사옥에서 아크버스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네이버가 규정한 아크버스는 현실과 긴밀히 연결된 메타버스다.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인공지능)·로봇·클라우드·디지털트윈(거울세계) 기술을 집약해 로봇들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아크(Arc) 시스템에 녹여낸다.

이는 제페토가 가상세계를 '유희'의 공간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차별화된다. 아크버스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들은 현실 세계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곧 업무의 효율이나 일상의 편리함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메타버스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가상과 현실 연결하는 '아크버스 확장' 무궁무진…"기술의 융합"

네이버 제2 사옥/ 사진=네이버네이버 제2 사옥/ 사진=네이버
핵심은 AI 시스템인 아크가 디지털트윈으로 구현된 가상세계의 일들을 클라우드를 이용해 로봇에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아크는 네이버클라우드와 5G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많은 빌딩과 로봇들의 두뇌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신사옥은 최소 100여대의 브레인리스 로봇을 배치해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로봇 오피스'로 구현된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의 제2사옥에 있는 네이버 직원이 사무실로 커피를 주문하면, 실제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 현실의 직원에게 배달한다.

네이버랩스 석상옥 대표는 아크버스를 제페토와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하며 "네이버랩스가 지난 5년간 집중해온 기술을 융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크버스가 구현된다면 서비스 측면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 자율주행, AR(증강현실),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까지 현실과 가상세계를 잇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네이버 역시 아크버스를 활용해 다양한 파트너들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가 어려워? 2D 그래픽도 있다…절대 강자 없어 새로운 시도 가능

네이버제트와 게임 개발사 슈퍼캣의 조인트벤처 젭(ZEP) 베타 버전 / 사진=슈퍼캣네이버제트와 게임 개발사 슈퍼캣의 조인트벤처 젭(ZEP) 베타 버전 / 사진=슈퍼캣
메타버스는 아직 정형화되지 않아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 기능적으로는 △디지털 트윈에 활용하는 현실 기반 메타버스 △소통에 중점을 두는 SNS형 메타버스 △유희에 특화된 게임형 메타버스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형 메타버스 등으로 구분 짓기도 한다.

미래 기술이라는 인식과 달리 2D 도트 그래픽에 기반한 서비스가 인기를 얻기도 한다. 가상 사무실, 행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개더타운'을 비롯해 두나무의 '세컨블록', 네이버제트도 '젭'(ZEP)이라는 플랫폼을 내놓았다.

2D 메타버스는 고성능 하드웨어가 필요 없어 다양한 기기에서 구현하고 활용할 수 있는게 최대 강점이다. 제페토와 같은 3D는 이용자의 몰입감이 높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 중이다. SK텔레콤의 '이프랜드'나 직방의 '메타폴리스'가 3D로 구현된 메타버스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시장은 아직 절대적 강자가 없기 때문에 올해는 패권을 잡기 위한 플랫폼 업체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그만큼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이것', 올해 나온다...미래 둘러싼 빅테크 각축전
(서울=뉴스1) = 오큘러스퀘스트2 국내 공식 유통권을 가지고 있는 SK텔레콤이 최근 새롭게 공개된 VR 디바이스 오큘러스퀘스트2 128GB 모델을 24일 정식 판매한다.   퀘스트2 128GB 모델은 SKT 5GX공식 홈페이지 및 11번가?원스토어 등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SKT 고객은 12개월 또는 24개월 약정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SK텔레콤 제공) 2021.8.24/뉴스1  (서울=뉴스1) = 오큘러스퀘스트2 국내 공식 유통권을 가지고 있는 SK텔레콤이 최근 새롭게 공개된 VR 디바이스 오큘러스퀘스트2 128GB 모델을 24일 정식 판매한다. 퀘스트2 128GB 모델은 SKT 5GX공식 홈페이지 및 11번가?원스토어 등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SKT 고객은 12개월 또는 24개월 약정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SK텔레콤 제공) 2021.8.24/뉴스1
메타버스 시장을 잡으려는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주도권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혼합현실(MR) 기기를 출시하는 애플의 행보가 주목된다. VR(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의 흥행으로 시장을 선점한 메타에 맞서, '스마트폰 최강자' 애플의 참전이 AR·VR 기기의 대중화를 앞당김으로써 메타버스기반 인터넷생태계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한 MR 헤드셋을 출시할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출시할 MR 헤드셋은 아이폰과 연동되며 손과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MR 헤드셋 이외에도 스마트 글래스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는 스마트 글래스는 2025년께 출시될 것으로 본다.

애플이 올해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MR 헤드셋 예상 이미지./ 사진=9to5맥애플이 올해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MR 헤드셋 예상 이미지./ 사진=9to5맥
현재 AR·VR기기 시장은 메타(구 페이스북)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0월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는 출시 2분기 만에 누적 판매량 460만대로 시장 점유율 75%(지난해 1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경쟁할 만한 신제품 출시가 없었던 탓에 당분간 오큘러스 퀘스트 2의 독주는 계속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타는 올해 상반기 중 MR 헤드셋 '프로젝트 캄브리아' 출시도 예정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착용자 표정을 실시간 반영해 가상공간 속 아바타를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기능이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AR·VR기기 관련 시장은 매년 '폭풍성장'을 거듭한다. 여기에 애플의 시장 진입을 계기로 AR·VR기기 시장이 본격적인 대중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19억3000만 달러(약 2조 3100억 원)에서 2025년 181억7700만 달러(21조 8400억 원)로 연 평균 67.9%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스마트 기기와의 연동성을 무기로 메타의 아성에 도전할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애플의 메타버스 시장 진입으로 MR 시장도 본격적인 개화가 예상된다"며 "아이폰 첫 출시 후의 초기 스마트폰 시장처럼 MR기기 시장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MS 'MR 플랫폼 출시', 구글 'AR전용 OS 개발'...사업자간 경쟁도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조태형 기자 =  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 둘째 날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샌즈엑스포 내 유레카 파크에서 한 관람객이 VR로 신체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2022.1.7/뉴스1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조태형 기자 = 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 둘째 날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샌즈엑스포 내 유레카 파크에서 한 관람객이 VR로 신체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2022.1.7/뉴스1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도 최근 메타버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AR글래스 기술확보를 위해 AR글라스 업체 등과 지분투자를 협의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광학모듈로 AR글래스에서 기존보다 더 넓은 화각(영상의 시야각도)을 구현하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주요 부품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업계는 삼성전자가 AR글래스 기술까지 확보하면 부품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제공가능한 유일무이한 메타버스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본다.

MS도 지난해 3월 공개한 MR 플랫폼 메시(Mesh)를 연내 공식 출시할 전망이다. 자사 MR기기인 홀로렌즈2와 연동해 3D 디지털 공간에서 비대면 협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MS는 화상회의 앱인 팀즈(Teams)에 메시 기능을 통합한 '메시 포 팀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도 최근 AR 개발 팀을 새로 꾸리고 개발에 착수했다. 구글이 지난달 올린 채용공고에 따르면 구글은 AR용 OS(운영체제)를 만들기 위한 TF팀을 구성 중이다. 해당 팀은 메타에서 오큘러스 퀘스트 운영 총괄을 역임했던 마크 루코브스키가 이끈다. 구글은 앞서 2020년 AR 개발업체 노스(North)도 인수한 바 있다.

메타버스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업자 간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졌다. 최근 애플은 메타의 증강현실(AR) 커뮤니케이션 대표인 안드레아 슈버트를 영입했다. 슈버트는 AR 부문 커뮤니케이션 및 홍보 책임자로 약 7년 간 메타에 몸담았다. 슈버트는 올해 중 출시 예정인 MR 헤드셋 홍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도 이에 맞서 자사 일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최대 2억 원 규모의 자사주 보너스를 제공하며 인력 지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타는 최근 애플에서만 AR·VR 엔지니어 등 100여명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경제전문 방송 CNBC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메타버스 장치가 애플이 첫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을 여는 무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몇년 안에 스마트폰처럼 누구나 스마트 글래스와 VR 헤드셋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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