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로 찌르면 죽는거 다 안다"…'기억없는' 피의자 고의성 입증될까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홍효진 기자 2022.01.08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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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직원 몸에 약 70cm 길이 플라스틱 봉을 찔러 넣어 살해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A 대표(41)에 '살인죄'를 적용해 7일 검찰에 송치했다. 당초 경찰은 '폭행치사죄'를 적용했다가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살인죄로 바꿨다. A 대표 범행에 '살해 고의'가 보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20대 남성 직원 B씨를 폭행한 뒤 항문에 플라스틱 봉을 찔러넣어 살해했다.



경찰은 A 대표를 긴급체포할 당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B씨를 폭행해 숨지게 했지만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A 대표가 찔러 넣은 플라스틱 봉이 B씨의 장기를 건드렸다'고 1차 소견을 내자 판단을 바꿨다. 장기가 닿을 정도로 몸속에 깊게 플라스틱 봉을 찔러넣는 행위는 B씨를 죽이려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긴 봉이 사람 몸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당연히 살해 고의가 인정될 것"이라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A 대표가 '살해 고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A 대표는 조사에서 "구체적인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직원 몸 속을 막대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센터 대표 A씨(41)가 7일 오전 8시쯤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A씨에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사진=홍효진 기자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직원 몸 속을 막대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센터 대표 A씨(41)가 7일 오전 8시쯤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A씨에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사진=홍효진 기자


하지만 경찰은 A 대표의 기억 여부와 고의성 입증은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 것과 범행을 저지른 행위는 별개"라고 밝혔다.


형사 사건 전문가들도 살해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됐을 거라 본다. 검사 출신인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많은 강력 범죄 피의자들이 '기억 안 난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기억이 안난다고 범행 고의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이동헌 법무법인 이룸 변호사도 "장기가 훼손될 정도로 플라스틱 봉을 신체에 찔렀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장기 파열을 예상할 수 있었을텐데 살인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 대표는 지난해 12월31일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20대 남성 직원 B씨를 폭행한 뒤 항문에 플라스틱 봉을 찔러넣어 살해했다. 경찰은 지난 2일 A 대표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수사를 이어가 수사 7일만에 A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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