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OPEC+, 2월에도 40만배럴만 더…美 일단 "환영"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01.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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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일부 산유국, 내부 문제로 증산에 어려움"

/사진=AFP/사진=AFP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다른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기존 증산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4일(현지시간) CNBC·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오는 2월에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줄어든 수요에 감산을 결정했던 OPEC+는 경제활동 재개로 수요가 늘자 지난해 8월부터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에 나섰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 2020년 감산 규모는 580만 배럴 수준이었다.



비OPEC 산유국을 대표하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노박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관찰·분석 결과 감염자 수의 급격한 증가에도 입원율은 상당히 낮으며, 오미크론으로 인한 상황이 석유 수요 저하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증산 유지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OPEC+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올해 원유 수요가 하루 평균 420만 배럴 늘어난 1억6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한 관계자는 OPEC+의 증산 유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보냈다. 그는 "우리는 사우디아리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다른 OPEC+ 산유국들이 가격 상승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수주간 협력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우리는 OPEC+의 증산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OPEC+가 증산 추세 유지에 동의했지만, 이에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와 이라크 등 일부 산유국은 생산량을 쉽게 늘리고 있지만, 다른 산유국들은 정치적 갈등과 석유 시출에 대한 투자 부족 등의 문제로 못따라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자국에 할당된 양보다 오히려 하루 36만배럴 덜 생산하고 있다. OPEC+ 전체의 목표 증산량에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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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 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지난해 OPEC+에 더 빠른 속도의 증산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은 델타 등 새로운 변이 등장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우려하며 점진적 증산을 고집했다.

OPEC+의 추가 증산 거부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일본, 한국, 인도 심지어 대립 구도에 있는 중국과 함께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석유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자 OPEC+는 증산정책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크게 반발했고, 양측 간 갈등이 한층 심화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표단이 사우디를 방문해 유가 분쟁을 중단하고 석유 정책 협력을 이끌면서 미국과 OPEC+ 간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 글로벌플래츠의 허먼 왕 수석석유담당은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80달러 부근을 맴돌고 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는 것보다 높다"며 추가 분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오미크론에 대한 OPEC+의 낙관론 등의 이유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91센트(1.2%) 오른 배럴당 76.99달러로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1.02달러(1.3%) 오른 배럴당 80달러에 달했다.

한편 CNBC는 올해에도 세계 원유시장이 지정학적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대립과 OPEC+가 진행 중인 이란 핵 협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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