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선 앞둔 정치권 '이자 정치'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2.01.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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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선 앞둔 정치권 '이자 정치'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린 지 반년 만에 추가 인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 방향에 맞춰 발빠르게 입법을 지원하려는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최고금리 추가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다.

민주당 민병덕·이수진 의원은 최고금리를 각각 연 15%, 13%로 내리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 의원은 '업무원가와 조달원가 등 적절대출금리 산정에 포함되는 비용혁신을 통해 최고금리를 연 11.3~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경기연구원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경기연구원은 이재명 후보의 경제정책 싱크탱크다.



"최고금리를 더 내리라"는 지적은 얼핏 서민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COVID-19)로 서민들의 등골이 휘는 마당에 대부회사 등의 고금리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도 비등하다. 대부업체가 가진 부정적 인식도 최고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꼭 '선한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최고금리가 내리면 대부업체는 이자수익이 줄어 대출심사를 더 깐깐히 한다.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은 제도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살인적인 금리의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



2010년 일찌감치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내린 일본을 보자.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최고금리 인하 후 일본 대부업체는 10년 새 73.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불법 대부 이용 경험자는 1.2%에서 8.8%로 7배 넘게 뛰었다.

이런 부작용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대부업 대출잔액은 14조5141억원으로, 2019년 말 15조9170억원보다 약 8.8% 줄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 이용자 수는 약 30.8%(54만7000명) 쪼그라들었다.

최고금리 인하는 누군가에겐 갚아야 할 이자를 줄여주는 '좋은 정책이다. 반대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급전을 빌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막는 '나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올해는 정부의 대출 총량관리와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시행으로 중·저신용 서민들이 대출을 받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이자부담이 준다'는 그럴싸한 단순 논리로 서민들을 현혹해선 안 되는 이유다. 66일 남은 대선용 선심정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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